‘셰리’ (Cheri)
2009-06-26 (금)
은퇴한 고급창녀 레아가 아들뻘인 셰리와 키스를 나누고 있다.
★★★
미셸 파이퍼가 은퇴한 파리의 고급 창녀로 나와 아들 뻘의 예쁘장한 젊은이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19세기 말을 시간대로 한 시대 의상극으로 의상과 촬영 및 세트 등이 화려해 눈요깃거리는 많지만 연애 영화치곤 감정과 정열이 모자란다.
밋밋한 포도주나 샴페인 마시는 느낌으로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내레이션도 한다)은 영화를 멋과 깊이를 고루 갖춘 이름다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한 흔적이 역력하긴 하나 두 주연 배우의 화학작용도 약하고 또 분위기나 느낌이 제대로 조성되질 못해 어정쩡한 영화로 그치고 말았다. 원작은 콜렛의 소설.
로맨스에 완숙된 경험을 지닌 은퇴한 고급 창녀 레아(파이퍼)는 어느 날 역시 은퇴한 고급 창녀로 뱀의 혀를 가진 샬롯(캐시 베이츠)의 집을 방문했다가 별명이 셰리(루퍼트 프렌드)인 샬롯의 19세난 미소년 같은 아들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셰리도 아름답고 우아한 레아에게 반하긴 마찬가지로 둘은 금세 침대에 든다. 그런데 셰리는 기분이 잘 변하는 변덕쟁이로 샬롯이 너무 애지중지해 인간성이 상했다.
둘의 사랑은 자그마치 6년간이나 계속된다. 그러나 샬롯이 아들을 처녀인 에드메와 결혼을 시키면서 레아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레아는 마음을 달래려 비아리츠로 내려가 젊은 남자들과의 육체적 쾌락에 탐닉한다. 그런 레아나 셰리 모두 서로를 오매불망하긴 마찬가지.
둘은 다시 파리에서 만나 뜨거운 사랑을 재연시키지만 이 메이-디셈버 로맨스 역시 행복하게 끝나지를 못한다.
일종의 침실 드라마요 코미디이자 궁극적으로는 비극인데 정열적이요 가슴을 비수로 베어내듯 해야 하는 영화인데도 피가 끓지를 않아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연기도 잘 하고 아름다운 파이퍼가 이번에는 젊은 남자를 만나 감정과 육체가 동시에 재생하는 여인의 연기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흠이다. 그러나 베이츠는 냉소적인 대사를 내뱉으면서 정력적인 연기를 해 볼 만하다. 큰 기대를 안 하면 적당히 즐길 만하다. R. Miramax. 아크라이트(323-464-4226), 로열(310-477-5581).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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