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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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만 한다면’ (Whatever Works)

2009-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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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파 배우들의 ‘장광설 코미디’

‘되기만 한다면’ (Whatever Works)

멜로디가 보리스(왼쪽)의 장광설을 경청하고 있다.

★★★½


그 동안 몇 편의 영화를 유럽에서 찍은 우디 앨런이 고향 뉴욕으로 돌아와 만든 앙상블 캐스트의 장광설 코미디로 주인공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 위트와 유머 그리고 좋은 연기 등 그의 작품의 특성이 모두 포함된 재미있는 영화인데 너무 말이 많은 것이 흠.

주인공 역의 코미디언 래리 데이빗이 카메라를 직시하면서 물리와 철학과 인생과 사랑의 독백을 속사포 쏘듯이 지껄여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서로 걸맞지 않는 사람들의 만남과 매력과 거절과 혼란 끝의 진짜 제 짝 찾기라는 다소 진부한 내용인데 얘기를 만드느라고 좀 억지를 쓴 데가 보인다. 그러나 연기파 배우들의 신이 나서 하는 연기와 함께 터무니없는 소리에서부터 심각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앨런 특유의 잔소리를 웃으며 듣는 재미가 삼삼하다.


아내와 풍족한 삶을 자살미수로 작별하고 절름발이가 돼 맨해턴의 차이나타운 인근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사는 뛰어난 머리의 물리학자 보리스(데이빗)는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주의자.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욕설과 함께 체스를 지도하는 것으로 먹고 산다. 유일한 낙은 옛 학문 친구 둘과 함께 노천카페에 앉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

보리스의 삶은 남부에서 가출한 금발의 미녀 틴에이저 멜로디(이반 레이철 우드가 뛰어난 연기를 한다)가 보리스에 집에 유숙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멜로디는 사람은 착하고 상냥한데 맹추. 보리스는 오도 갈 데도 없는 멜로디를 처음에는 아버지처럼 돌보다가 이윽고 사랑에 빠져 둘이 결혼한다. 그리고 멜로디는 보리스와의 삶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메이-디셈버 로맨스와 함께 ‘피그말리온’ 얘기를 섞었다).

보리스의 아파트에 이번에는 말끝마다 성경구절을 외우는 멜로디의 엄마 마리에타(패트리셔 클락슨)가 딸을 찾아온다. 그리고 마리에타는 뉴욕의 성질에 취해 섹스가 자유분방한 여자로 돌변하고 평소 갖고 있던 사진촬영 재능을 과시하게 된다(마리에타는 한 남자 가지고는 성이 안 차 메나지 아 트롸를 즐긴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총기를 사랑하는 멜로디의 아버지 존(에드 베이글리 주니어)이 아내를 찾아 보리스의 아파트에 온다. 그리고 존은 존대로 자신의 억제되고 숨겨졌던 성적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한편 기필사정이라고 멜로디가 젊은 미남 랜디(헨리 캐빌)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에 콧방귀를 뀌던 보리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아픔은 제2의 창문 밖에로의 투신자살 기도를 통해 치유된다. 이리하여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는데 꿈같은 소리. 배우들이 연기를 모두 잘하는 연극 같은 영화다. PG-13. Sony Pictures Classics.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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