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이 인도에 꿇어 앉아 앤드루에게 가짜 약혼자가 돼달라고 사정하고 있다.
★★★(5개 만점)
“이렇게 무릎 꿇을게 가짜 약혼자가 돼줘”
샌드라 블락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로 플롯에 억지가 심하고 또 처음부터 얘기가 어떻게 진행 되면서 어떻게 끝날지를 빤히 알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즐길 만한 데이트용 영화다. 독창성이나 참신성 등이 결여돼 본 영화 또 보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서도 그런대로 상냥하고 매력이 있는 ‘물 떠난 물고기’의 얘기다.
이는 블락(나 개인적으로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의 스타 파워에다가 그와 공연 배우인 라이언 레널즈 간의 잘 조화된 화학작용 때문이다. 여기에 조연진들의 훈훈한 인간적 연기가 플러스로 작용, 액션 영화가 판을 치는 이 여름철에 카운터 프로그래밍 영화로 권할 만하다.
뉴욕의 콧대 높은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블락)은 캐나다 여자인데 불체자. 이민국에 걸려서 당장 국외 추방될 위기에 처한다. 기민하고 똑똑한 마가렛은 이에 자기의 부하 직원으로 종처럼 부려 먹던 사람 착하고 잘 생긴 앤드루(레널즈)와 자기가 약혼한 사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앤드루는 봐 달라고 사정하는(대낮에 인도에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한다) 마가렛에게 자기 조건대로 말을 들으면 가짜 약혼자 노릇을 해 주겠다고 다짐한다. 마침내 앤드루에게 3년 설움을 보복할 기회가 온 것.
그리고 앤드루는 주말을 이용해 마가렛을 데리고 자기 부모가 사는 알래스카의 그림처럼 고운 작은 해안 마을 시트카에 도착한다. 앤드루의 아버지(크레이그 T. 넬슨)는 온 동네를 소유하다시피한 부자인데 집 떠난 아들과 사이가 불편하다. 여하튼 아버지와 어머니(메리 스틴버전) 그리고 외할머니(베티 화이트) 등 온 식구가 외아들이 약혼했다는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마가렛을 공주 모시듯 한다.
마가렛은 꼼짝 없이 앤드루가 하자는 대로 처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도시 여자가 자연 속 마을에서 겪는 문화 충격과 함께 일밖에 모르던 여자가 가족 간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새 사람이 된다.
그러면 과연 마가렛과 앤드루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답은 뻔 하지만 영화는 이 뻔 한 답에 도달하기 위해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집어넣는다. 둘은 서로 충돌하고 견제하다가 점점 서로에게 마음이 이끌리는데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현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여기에 집요한 이민국 직원이 마가렛의 거짓을 확인하기 위해 시트카에까지 찾아오면서 마가렛은 가짜 결혼식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오만방자하던 마가렛은 앤드루 가족의 인정에 녹아 진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앤드루와 아버지도 화해한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 놀랍고 재미있는 것은 불락과 레널즈가 알몸으로 충돌하는 장면으로 대역이 아니다. 조연진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은 90세난 할머니 역의 화이트의 연기. 실제 나이가 87세인 귀엽게 생긴 베테런 화이트가 온갖 성적 농담과 상소리를 하면서 집안 화목과 손자의 행복을 위해 술수를 쓰는 연기를 어찌나 능청맞게 잘 하는지 박장대소하게 된다. 앤 플레처 감독. PG-13. Buena Vista.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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