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가스 총각파티 “뭐, 신랑이 사라졌다구?”
▶ 기상천외한 일 범벅 코미디 영화
임자 없는 아기를 안은 앨란(왼쪽부터)과 필과 스튜가 사라진 친구 덕을 찾아 나서고 있다.
★★★½(5개 만점)
총각파티 차 예비신랑과 함께 죄악의 도시인 베가스에 온 3인조 들러리들이 술과 약물에 취해 광란의 밤을 보낸 이튿날 사라진 신랑을 찾느라고 난리법석을 떠는 버디 코미디로 배꼽 빠질 정도로 우습고 재미있다.
야하고 상스럽고 욕지기나고 또 난장판인 데다가 음탕하고 때로 잔인하기까지 한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냥한 면을 지닌 기차게 영리한 영화다. 플롯이 구절양장처럼 배배 꼬였는데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어 사라진 신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런 구성은 마치 범죄 영화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영화는 서막식으로 사막 한 복판에서 신랑 덕(저스틴 바타)의 친구인 필(브래들리 쿠퍼)이 셀폰으로 LA에 사는 덕의 약혼녀 트레이시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영화는 이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덕과 그의 친구이자 들러리들인 냉소적인 중학교 선생 필과 독재자 같은 동거녀에게 핍박을 받고 사는 치과의사 스튜(에드 헬름스)와 트레이시의 비만한 오빠 앨란(잭 갈리피아나키스)은 덕의 결혼 이틀 전 총각파티 차 베가스에 도착한다.
이들은 숙소인 시저스 팰리스 호텔 옥상에서 축배를 들면서 밤을 즐기자고 다짐한다. 이어 이튿날 아침 필과 스튜와 앨란은 난장판이 된 방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덕은 사라지고 화장실에는 진짜 호랑이가 있고 옷장 속에는 갓난아기가 있는데 문제는 셋이 모두 어젯밤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것. 후에 이들의 기억상실이 데이트 강간용 약물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여기서부터 셋은 마치 형사가 작은 단서를 붙들고 사건을 풀어나가듯이 과거를 추적해 덕을 찾아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일들이 너무나 뜻밖이고 또 요절복통하게 우습다. 이들이 타고 온 벤츠는 어디 가고 호텔 발레가 몰고 온 차는 경찰 순찰차인데 이로 인해 이들은 경찰서에 끌려가 테이저건 사용법 시범용 표적이 된다. 그리고 졸개를 데리고 다니는 게이 중국인 차우(한국계 켄 정이 기차게 우스운 연기와 대사를 보여준다)로부터 엉뚱하게 “내 돈 8만달러 내놔”라는 협박을 받는다.
또 스튜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스트리퍼 제이드(헤더 그래엄)와 결혼을 한 것이 밝혀진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일은 이들이 마이크 타이슨(진짜 타이슨이 나와 스스로를 즐긴다)을 만나는 것.
이 뒤로도 플롯은 이리저리 제멋대로 방향을 틀면서 보는 사람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시킨다. 과연 필 등은 덕을 찾아내 결혼식 시간에 맞춰 LA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기와 호랑이의 주인은 누구인가. 마지막 크레딧 부분에서 사진 몽타주로 보여주는 필 일행의 밤의 광란의 장면은 거의 포르노급이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과장된 내용을 진정시키는 안정된 연기를 한다. 타드 필립스 감독. R.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