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2009-06-02 (화) 12:00:00
세상은 온통 지뢰밭이다.
어느 한순간 방심 하다가는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일을 겪을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삶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가슴은 비좁아 지는데
정치를 보아도 경제를 보아도
종교를 보아도 숨이 가지런해 지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
나를 잊을 수 있는 얼굴, 그런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바다 같아지는
그런 얼굴이 간절해진다.
목소리 큰 사람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사람의 향내가 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세상은 전쟁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통로인 언어는
불통의 언어로 전락했고 공론의 장은 공교한 말,
망령된 말, 냉소의 말들로 난장을 이루고
육체를 입지 못한 말들이 유령처럼 떠돌며
깃들 곳을 찾고 있는 세상이다.
남의 티끌에는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자기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모리배가 우리 사회에 독이 아니고
무슨 득이…
군자가 사라진 자리에 꾼들이 득세하니
아녀자가 기른 난에도 향기가 없고
장부가 기른 죽에도 기품이 없으니
세상 온 구석에 뼈를 찔러 넣은 한기마저 없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삽화가 아련히 떠오른다.
땅콩 줄기에 몇 개의 땅콩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에는 떨어진 땅콩들이 흩어져 있다.
삽화가는 그 밑에 이렇게 썼다
덜 떨어진 놈…
가슴을 움켜지고 웃었지만
가슴이 시렸다.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 영혼의 병통이다.
작열하는 태양, 천둥번개 비바람이 지난후
해바라기와 호박,
붉게 물들어가는 감이 주는 안도감은
익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르익은 사람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