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고

2009-05-3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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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 가슴속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가셨습니다. 고인을 죽음으로 떠민 한국정치의 현실을 보면서 절망하였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온 겨레의 열기가 고인이 우리 가슴속에 뿌린 희망의 씨앗을 싹 틔우고 있습니다.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바보 노무현은 우리 가슴속에서 희망의 싹이 되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해준 한국의 국민들과 워싱턴 동포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 세계에 계신 동포들의 추모의 마음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인의 서거를 안타까워하며 엄숙하게 고인을 추모해준 미주 각지의 동포 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미주동포들의 진심어린 추모의 마음을 지켜보면서 고인도 맑은 눈동자 껌뻑이며 환한 미소를 지으셨을 것입니다.
고인을 떠나보냈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고인의 서거에 대한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중차대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초기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나돌고 있는 무성한 소문은 초기조사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고인의 서거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발생하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당국이 전후과정을 엄밀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합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하여 유족측이 추천하는 인사들이 조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아울러 고인의 죽음의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는 과장된 추측을 삼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라는 점도 함께 언급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에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이 죽음에 책임질 세력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례한 수사와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보도 앞에서 우리들은 고인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죄송한 마음 가다듬으며 이제 뒤늦게나마 우리는 무례한 수사와 무분별한 보도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우리 미주동포들은 해외에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국내외의 모든 세력들과 힘을 합해 그 책임을 묻는 길에 함께 나설 것입니다.
고인은 죽음에 이르게 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고뇌하고 토론하였다고 합니다. “폭군이 죽으면 그의 통치가 끝나지만, 순교자가 죽으면 그의 통치가 시작된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하였습니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고인이 우리 가슴에 뿌린 희망의 씨앗을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튼튼한 나무로 키우는 것, 이 길에 함께 나설 것을 굳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 번 삼가 바보 노무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이재수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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