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신 염하는 주인공 통해 ‘삶과 죽음 찬미’
다이코가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을 하고 있다.
★★★★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일본 영화로 죽음을 통해 삶을 찬미한 아름다운 소품이다. 주인공이 사체를 염하는 사람인데도 영화가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고 희망적이다. 염하는 것을 자꾸 더 보고 싶게 만든 감독의 솜씨가 사줄 만하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고루 갖췄는데 동양적인 감상성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친 않는다. 삶과 죽음과 함께 사라져 가는 옛 것에 대한 아쉬움(여기에는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포함된다)을 정서적으로 차분하게 그렸는데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훌륭하다. 꼭 보시도록.
도쿄 교향악단의 젊은 첼리스트 다이고 고바야시(마사히로 모토키)는 악단이 해체되면서 착한 아내 미카(요코 히로수에)와 함께 사망한 어머니가 물려준 일본 북부의 그림 같이 고운 작은 마을의 찻집 겸용 주택으로 이사한다.
다이고는 신문에 난 여행사 직원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가는데 그 곳은 여행사가 아니라 장의사다(‘떠난다’는 단어의 철자가 오기된 것). 그러나 봉급을 후하게 주겠다는 근엄한 모습의 현자와도 같은 사장(추토무 야마자키)의 말에 염하는 일을 맡기로 한다. 그러나 다이고는 아내에게는 사실을 숨긴다.
다이고는 수습에 들어가 사장으로부터 사체 염하는 법을 배우는데 처음에는 토하고 일이 힘들어 술을 마시고 취한다. 그러나 다이고는 점점 염하는 것에 전념하면서 그 일을 사랑하게 되는데 특히 죽은 사람을 예쁘게 단장한 뒤 유족들이 감사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미카가 남편의 직업을 알게 되면서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미카는 친정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다이고는 염을 자신의 천직으로 삼으면서 정성껏 사체를 단장한다.
염하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가끔 코믹하게 처리된다. 각기 슬픔의 표현들이 다른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덮을 것 속에 누운 사체를 물수건으로 씻어낸 다음 옷을 입히고 화장을 시키는 과정이 정확하고 또 민첩하며 아름답게 표현된다. 마치 예술가의 작품활동을 보는 것과도 같다.
연기들이 모두 뛰어난데 특히 시치미 뚝 떼는 모습으로 마치 삶을 초월한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표정을 짓는 야마자키의 연기가 돋보인다. 다이고가 어릴 때 가출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장면은 너무 길어 사족처럼 느껴진다. 요지로 다키다 감독. PG-13. 랜드마크(310-281-8233), 아크라이트(323-464-4226), 플레이하우스7(626-844-644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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