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간다는 것은
2009-05-19 (화) 12:00:00
인간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달고 고소한 음식이나 기름진 고기보다는
얼큰한 생선 매운탕이나
씁쓸한 냉이 씀바귀나물이나
다듬잇돌에 다듬이 방망이로 쾅쾅 때린 북어,
그 북어를 잘게 찢어 넣어
끓인 쑥국을 좋아하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돈으로 주고받고 사는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땀을 흘려
작은 밭이라도 만들고 과일나무를 심어
직접 일주일에 하루라도 흙을 밟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살고 자연을 즐기면서 살다가
언젠가는 그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너무나 간단한 세상이치를 깨우치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엄마의 달콤한 사랑의 둥지에서 기어 나와
아버지를 따라 성묘도 가고 제사도 지내며
아버지를 따라 높은 산에도 오르며
아버지를 따라 큰 강이나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면서 인생을 낚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또 낙조에 붉게 물든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한번쯤은 사색의 바다에 몸을 담가 보는 것이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흐르는 세월 속에
낚싯줄을 던져보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아버지의 그늘을 뛰어넘어 더 큰 스승을 만나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더 많은 인연의 강물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연을 만들고
더 많은 생생한 휴먼 히스토리를
스스로의 몸으로 써보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많은 인연
그 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조용히 가는 것이다.
우리들의 어머니,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하루하루 스스로 돌고 도는
세상이치를 깨우치는 것이다.
임기명
엘리컷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