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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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없는 산’ (Treeless Mountain)

2009-05-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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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감독 김소영의 두번째 작품

‘나무 없는 산’ (Treeless Mountain)

진과 빈(앞)이 고모와 함께 외할머니 집으로 가고 있다.

★★★½


지난 2007년 캐나다에 새로 이민 온 10대의 방황을 그린 ‘빈둥거리는 날들’(In Between Days)을 감독해 호평을 받은 뉴욕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류 김소영의 두 번째 작품.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 집을 나간 어머니를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기다리는 두 자매의 드라마로 감독의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내용과 장면이 모두 정감이 넘쳐흐르는 수채화 같은 영화로 얘기와 진행 속도와 촬영 그리고 절제된 연출 등이 오주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새 환경에 자기들을 맞추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마음 아프게 묘사했는데 특히 비배우들인 두 자매와 외할머니의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주인공은 엄마 대신 동생을 돌보는 나이 어린 언니로 영화는 언니가 새 생활을 맞아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그것에 적응하며 또 동생을 돌보면서 부쩍 자라는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서울서 6세난 진(김희연)과 5세난 빈(김송희) 두 자매를 혼자 키우는 엄마(이수아)는 갑자기 가출한 아버지를 찾기로 결심한 뒤 두 딸을 경상북도에 있는 아이들의 고모(김미향) 집에 맡긴다. 그리고 엄마는 두 딸에게 돼지저금통에 동전이 가득 차면 돌아오마고 약속하고 떠난다.

영화의 중간 부분은 술꾼인 고모와 두 조카간의 관계 그리고 진과 빈이 메뚜기를 잡아 구워 팔아 돈을 모아 저금통을 채우면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또 진이 자기도 어리면서 동생을 돌보다가도 외로워 우는 모습 등을 절실하면서도 사실적이요 또 가슴 뭉클하니 슬프게 그린다.

그러나 두 자매가 측은하다가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진의 나이를 초월한 강한 마음(나이 먹은 현자의 태도 같다) 때문에 그 슬픔이 결코 울음으로 화하진 않는다.

마지막 부분은 엄마의 편지대로 고모가 두 조카를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엄마의 친정집에 맡기면서 흙냄새가 가득한 자연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진과 빈이 평생을 흙과 함께 하며 살아온 할머니(박분탁)를 도와 나무를 줍고 시골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을 풍토화처럼 그렸는데 시골 정경과 생활상황이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겼다.

영화는 두 자매가 노래를 부르면서 할머니와 함께 들로 나가는 희망이 잠긴 장면을 롱 샷으로 보여주면서 끝난다. 무표정한 얼굴로 온갖 감정을 표시하는 희연이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매우 잘 한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군더더기 없는 촬영으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잇는 촬영이 그림처럼 곱다. M파크4(총영사관 건너편) 뮤직홀(310-274-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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