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문을 나서는 아들에게

2009-05-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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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아들아, 조금만 있으면 너의 대학 졸업식이구나.
너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밤잠을 설치며 지내던 날들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시간의 흐름이 무척 빠르구나. 항상 반에서 누구 못지않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탑을 달리며 언제나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던 너였기에 주위의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단다. 매일 그 바쁜 중에도 피아노와 태권도, 합기도까지 열심히 하는 너를 보면서 어느 부모가 너같이 훌륭한 아들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나는 너무 행복했단다. 아니,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그날 나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주셨다고 오랫동안 감사했단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아마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춘기 때쯤인지 모르겠구나. 너는 우리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반대로 하거나 때로는 문이 부서져라 꽝 닫고 나가서는 친구 집에서 잔다고 전화를 하곤 했지. 그렇게 나가서 너는 한번이라도 그때의 엄마 아빠 마음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새거나, 나는 울다 지쳐서 아침에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일어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단다.
엄마는 너의 그런 반항이나 난폭한 행동이 속상했던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너의 미래가 걱정돼 눈물을 흘린 것이란다. 너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훗날 네가 결혼해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래도 그 어려운 시기들을 참고 잘 견디고 무사히 대학에 입학해 주어 너무 고맙구나. 미국 대학은 들어가는 것보다 공부를 열심히 안하면 졸업하기가 더 힘들다는데도 모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지내던 네가 이제는 졸업을 한다니 엄마는 너무 고맙고, 감격해서, 가슴 뿌듯하고 눈물이 난단다. 한창 말썽 부릴 때는 대학도 안가겠다고 반항하던 너, 이제는 철이 들어서 법학을 공부하겠다는 네가 우리는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구나.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도 있고, 슬퍼할 때가 있으면 춤 출 때도 있다고, 앞으로도 네가 뜻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어 간다면 인생의 보람도 또한 클 것으로 생각한다.
아들아, 졸업식을 생각하면 엄마는 가슴이 벅차 종일 생각만으로도 행복감에 젖는단다. 너도 좋은 꿈꾸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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