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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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가 있어요?’ (Is Anybody There?)

2009-04-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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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마술사와 호기심 많은 소년의 우정

★★★


기억력을 잃어가는 나이 먹은 은퇴한 마술사와 귀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소년이 우정을 통해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소품 드라마로 영국 영화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함께 갖춘 얘기로 마술사로 나오는 영국의 베테런 배우 마이클 케인의 심오하면서도 아이 같은 연기가 볼만하다.

소년의 성장기이기도 한데 영화가 공식적이고 활기가 모자라긴 하지만 두 주인공의 좋은 연기와 함께 다소 괴이한 양로원 노인들의 천진난만한 삶 등을 완상할 수 있는 귀염성 있는 작품이다.


1987년 영국의 해안에 있는 양로원 라크 홀.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외다리 발레리나와 도벽 심한 할머니 그리고 전쟁 영웅 등 각기 성격과 모습이 판이한 다소 괴이한 사람들이 5~6명 정도 살고 있다.

부부에게는 10세난 아들 에드워드(빌 밀너)가 있는데 아이는 유달리 저승에 대해 관심이 많아 양로원의 노인들이 죽기 직전 침대 밑에 녹음기를 숨겨 놓고 타계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소리를 담는다. 그리고는 헤드폰으로 그것을 듣는 것이 취미다.

양로원에 과거에 ‘놀라운 클래런스’로 불렸던 은퇴한 마술사 클래런스(케인)가 들어오면서 부모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며 사는 에드워는 그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나 과거 자기의 파트너였던 죽은 아내가 그리워 자기도 어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클래런스는 에드워드의 접근을 신랄한 말과 적대적인 태도로 거부한다.

그러나 클래런스는 결국 이 귀신 연구가인 소년의 집념과 순진성에 이끌려 자신의 마음 문을 열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클래런스는 소년에게 마술을 가르쳐 주고 또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는 진한 우정이 영그는데 에드워드는 이로 인해 부쩍 성장하고 까다롭고 슬픔에 젖어 있던 클래런스는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둘의 얘기와 함께 양로원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를 탐내는 에드워드의 아버지와 양로원 돌보느라 정신없는 어머니 그리고 노인들의 삶 등이 묘사된다. 재미있는 장면은 양로원 파티에서 마술사 정장을 한 클래런스가 보여 주는 마술. 여기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꼬마 마술사가 된다. 케인의 매력 하나로도 볼만하다. 존 크로울리 감독. PG-13. 일부 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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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왼쪽)와 클래런스는 우정을 통해 새 삶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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