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오른쪽)과 농장 일꾼들이 도망가는 타조를 뒤쫓고 있다.
★★★½
‘천국의 아이들’과 ‘바란’ 등을 만든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비배우들을 써 연출한 부드럽고 다소 감상적이면서도 유머가 있고 또 참으로 인간적인 영화다.
이란의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고찰한 기계문명과 자본주의에 의한 인간 영혼의 순수성의 상실을 그렸는데 내용과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좋다. 극적으로 조금 더 강렬성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다.
테헤란 교외 가난한 마을에 사는 카림(리자 나지-작년 베를린 영화제 주연상)은 타조농장에서 일하는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과 어린 아들이 있다. 비록 가난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있을 땐 서로 나누고 또 필요할 땐 서로 돕는 착한 사람들.
그런데 농장에서 타조 한 마리가 도주하면서 카림은 이를 잡으려고 들과 산을 헤맨다. 카림은 몸에 타조 털을 뒤집어쓰고 나무로 타조의 목과 머리 모양을 만들어 손에 들고 등을 구부린 채 집요하게 도망간 타조를 뒤쫓지만(이 장면을 롱샷으로 찍은 촬영이 아찔하니 아름답다) 실패, 해고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맏딸이 보청기를 동네 저수창고에서 잃어버리면서 카림은 안절부절 못한다. 카림은 보청기를 고치기 위해 테헤란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갔다가 모터사이클 택시 운전사로 오인돼 손님들과 물건 배달을 하면서 돈 맛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시내 건축장에서 온갖 잡동사니들을 수거해 집에다 쌓아놓는다.
이 과정에서 카림은 자신의 관대함과 정직성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가족과 친구와 마을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카림은 잡동사니 더미를 뒤지다가 실족, 큰 부상을 입고 드러눕는다. 이런 고난을 통해 카림은 다시 본연의 자기를 찾게 된다.
이란 영화 하면 아이들을 빼놓을 수 없는 일. 여기서도 큰 서브플롯으로 카림의 아들과 동네 친구들이 진흙투성이인 저수창고를 청소해 고인 물에 금붕어를 길러 돈을 벌려고 애를 쓰는 얘기가 조금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만 재미있게 묘사된다.
영화는 특히 촬영이 아름다운데 타조농장 주변의 들과 산을 찍은 장면과 보기 흉한 테헤란의 시내 모습을 대조해 보여주는 카메라가 매우 인상적이다. 전통 악기를 쓴 음악도 훌륭하다. PG. 뮤직홀(310274-6869), 타운센터5.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