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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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원숭이’ (Three Monkeys)

2009-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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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통·살인·회한이 엉킨 암울한 가족드라마

★★★½


옳지 못한 행동이 낳은 참담하고 압박하는 후유증과 결과를 그린 도덕극이자 간통과 살인과 불신과 회한이 엉킨 암울한 가족 드라마로 철저히 운명적이요 어둡다.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감도는 강렬한 성격 드라마이기도 한데 작품의 성질을 대변하는 듯한 먹물색 위주의 음울한 컬러와 연기가 뛰어난 터키 영화다.

중년의 정치가 세르베트(에르칸 케살)가 밤에 숲 사이의 길을 졸면서 운전하다가 행인을 치어 죽인다. 선거를 앞둔 그는 뺑소니를 친 뒤 역시 중년의 자기 운전사 에윱(야부즈 빙골)을 불러내 자기 대신 감옥엘 가면 출옥 후 큰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에윱은 아름답고 육감적인 아내 하세르(하티스 아슬란)와 방황하는 10대 아들 이스마일(아메트 리화트 순가르)을 남겨놓고 옥살이를 시작한다. 에윱의 출옥 일이 늦어지면서 이스마일은 어머니에게 세르베트를 찾아가 돈을 미리 달라고 요청하라고 시킨다.

세르베트는 이에 응하는데 여기서 그와 하세르 간에 욕정이 발동해 둘은 간부 사이가 된다. 그런데 우연히 이 사실을 이스마일이 알게 되면서 아들은 옥중에 있는 아버지에게 이를 감추느라 정신적으로 고통한다.

영화가 후반에 접어들어 에윱이 출옥하면서 그의 가정에 천근만근의 압박감과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에윱은 아내를 의심하게 되는데(우습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 긴 셀폰 노래 신호 때문이다) 그가 아직도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을 참느라고 애를 쓰는 모습이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난다.

영화는 악행과 이에 관계된 사람들이 그것을 감추느라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거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아프게 그렸는데 여기 나오는 악행은 모두 화면 밖에서 일어난다. 침묵과 속앓이가 관객에게 전염되는 영화로 촬영이 뛰어나다. 누리 빌지 세일란 감독. 성인용. 4월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하세르(왼쪽)와 에윱이 서로 딴데를 보며 속을 태우고 있다.HSPAC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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