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몽유도원도

2009-03-1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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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순 버크, VA

3월이 열리던 날 즈음해서 눈이 내렸다. 약간의 양이 아닌, 퍽 많은 양의 눈이… 겨울이 봄에게 양보하며 떠나면서 선물을 주는 듯이 말이다.
세월의 흐름에 무심함을 보이려고 달력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저번 달에 무심함이 지나쳐 열흘이 지난 뒤에 달력을 넘긴 것이 불현듯 생각났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아마 주일이 3월 첫 째 날이었던 것 같아 달력을 한 장 넘겼다.
노오란 하늘, 노오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봄은 노란빛이라야 제 격이야.
내가 지금보다는 덜 암울했을 때 좋아하던 색은 노랑 색이었다. 그래서 내 옷은 노랑 빛깔이 많다.
만약에 하늘이 노랗다면 어떨까? 모든 이들이 돌아버릴까?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어느 누구도 돌지 않고 노란 하늘을 우러르며, 저녁의 황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지낼 것이다.
하늘, 그리고 호수 말고 나무와 그 외의 짙은 색은 제 빛을 지키고 있다. 그러니 하늘과 물이 노랗게 변한다 해도 염려할 것은 아닌 것을 알아냈다. 강한 색을 지닌 것들은 자신을 지키니까 말이다.
그리고 만일 태초에 천지창조 할 당시 빛이 한 가지였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색깔에 길들여져 지냈을 것은 분명함에 염려할 것은 조금도 없다.
창 밖에 자리한 메마른 가지와 하얀 눈과는 상관없이 나는, 노랑 빛에 잠겨서 노란 꿈을 즐기면서 해동하는 세상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원래의 그림에 있는 먹빛과는 상관없이 나만의 그림인 노란빛을 흘리는 몽유도원도를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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