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9-03-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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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채 녹지 않은 눈 속에
벌써
봄이 나뭇가지에 앉았다

수선화 여린 잎 끝이
눈 속에 떨고
양지에 쑥 끝이 파랗다

눈 속의 홍매화
동백꽃 몽우리
아기씨 유두처럼
알심하게 허빈다


보리밟기로 다진
묵은 논 눈밭에서
종달새 울음을 그리며
기지개 펴는 맥자(麥子)

봄은 기다림이다

내 영혼도 봄을 기다린다
빈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
허기진 마음을 눈발처럼 남겨놓고
비끼는 노을의 아름다움 같이
그렇게
그렇게
아름다운 봄을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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