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9센트 짜리 장보기 가방

2009-03-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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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어릴 때 시장 가실때는 어머님도 할머님도 항상 나를 불러 데리고 가셨다. 어려서부터 장보는 훈련을 시키려 하셨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무거운 것도 군소리 없이 잘 들어 드려서 인지. 어쨌든 장 가방 양손에 들고 볼꺼리도 많았던 시장을 잘도 따라 다녔다.
양쪽 무게 중심을 맞춰가며 가득히 채워 주시고는 내가 무거울까봐 바삐 서두르시는 모습을 보면 나는 무거운데도 힘 자랑이나 하듯 괜찮다며 “더 넣으세요” “더요”하고 큰 소리치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도와드리면 온 가족이 모인 저녁 식사때면 꼭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는 싱글벙글 무슨 큰일이나 해낸 듯 기분이 무척 좋았고 맛있는 밥과 반찬이 슬슬 넘어 갔다.
그래서인지 지금 70대에도 40파운드 쌀가마나 35개들이 물팩 등 쉽게 들어 나른다. 오랜 이민생활도 훈련기간 이었지만 특히 18년동안 뉴욕에서의 런드리맷에서 20-30파운드 비누 박스 나르는 연습기간이 있었다. 코너에 위치했던 관계로 철문 여닫는 운동, 겨울철이면 빨리 눈을 쓸어내른 일 까지 누구나 겪은일 일수도 있지만 남편이 허리에 문제가 있어 거의 혼자서 해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에 임하고 있다.
금년초였나 웨그맨에 갔다가 예쁘고 든든해 보이는 가방을 사가지고 예전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장을 보고 있다. 그런데 월마트에서도 H마트에서도 장 가방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것도 10센트 절감 형식으로. 프라스틱 백. 아끼고 모아 두었다가 대청소 한번씩 할때면 30-40개씩 버릴때도 있었는데 낭비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라도 꼭 장 가방 사용 하기로 결심한다. 미국 마켓은 검정색 뿐인데 H 마트에는 초록과 오렌지 색이 잘 어울린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예쁘고 든든한 가방 색색으로 들고 들어가는 기분도 좋지만 가득 채워 들고 나올때는 정말 상쾌하고 발걸음까지 가볍다.
주부님 모두 올해에는 다이어리(가계부)사용과 99센트 장 가방 한번 사용해 보시면 이 불황에 티끌만한 절약도 되고 환경보호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떠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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