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라’ (Gomorrah)
2009-02-13 (금)
자기 조직을 세우려는 두 10대가 진짜 총을 딱총 쏘듯 하고 있다.
★★★½
나폴리와 인근 동네를 폭력과 공포로 군림하면서 말아먹는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범죄조직 카모라파의 실상을 기록영화 식으로 파헤친 이탈리아 영화다.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베스트셀러가 원작. 범죄자들의 실무 보듯 한 폭력과 살인 그리고 조직의 활동과 라이벌간의 세력 다툼과 함께 이들의 무자비한 세력 행사에 무기력하게 순응해야 하는 주민들의 모습 그리고 부패와 폭력의 사이클에 휘말려 들어가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냉철하고 군더더기 없이 묘사했다.
얘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술돼 극적 강렬성을 다소 앗아가기는 하나 우리가 여태껏 잘 알지 못했던 나폴리 마피아의 추악한 실상을 목격할 수 있는 좋은 영화다.
대부분의 얘기는 나폴리 교외의 도시 스캄피아에서 진행된다. 이 마을을 찍은 카메라가 황량하기 짝이 없는데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서민 아파트가 마치 교도소를 연상케 한다. 그러니까 이곳 주민들은 모두 카모라파의 횡포에 갇힌 수인들이다.
13세의 소년 토토는 마약판매를 시작해 조직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려는 가난한 동네 소년들의 대표적 인물. 이들은 지역보스가 되거나 아니면 살해당한다. 토토보다 몇 살 더 먹은 마르코와 피셀리는 카모라파와 독립된 자기들만의 조직을 세우려고 한다. 둘은 실제 총 쏘기를 마치 딱총 쏘듯이 하며 즐기는 겁 모르는 철없는 10대들인데 나중에 가차 없이 코모라파에 의해 살해된다.
평범한 모습의 돈 치로는 살해됐거나 옥살이를 하는 카모라 조직원들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전달하는 사람. 그는 카모라파의 라이벌 조직이 선전포고를 하면서 살해당한다. 오만한 자칭 사업가 프랑코는 이탈리아 북부의 대기업들과 계약, 이들의 유독성 폐기물들을 빈터 지하에 파묻는다. 드럼에 담긴 폐기물 덤핑 장면을 롱샷으로 찍은 촬영이 좋다. 그리고 파스칼레는 카모라파의 부업인 패션을 위해 디자인 등 옷의 모든 것의 자세한 부분까지를 손보는 전문가.
이들의 얘기가 교차하면서 카모라파의 공포통치와 세력 장악이 근육질형으로 얘기된다. 연기와 촬영도 매우 좋다. 성인용. IFC. 일부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