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산책
2009-01-29 (목) 12:00:00
눈이 온다.
개와 함께 새벽 산책을 나간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두 발 가진 나는 빙판에 뒤뚱거리며 넘어진다.
겸손히 네 발로 앞만 보는 개는 미끄럽지 않은지
뒤뚱거리지도 넘어지지도 않는다.
두 발 가진 사람은 흔들리며 넘어지는데
네 발 가진 개는 흔들리지도 넘어지지도 않는다.
사륜 동력차가 잘 나가는 이유가
네 발 가진 개의 원리인가.
개는 흔들리지도 넘어지지도 않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왜 흔들리고 넘어지는 것인가.
인간은 개만도 못한 존재인가.
흔들리고 넘어짐에
인간의 약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남에 인간의 강함이 있다.
개는 흔들리지 않고 넘어지지 않기에
다시 일어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개는 개이고
개는 개 팔자로 산다.
오만과 잘못 판단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에 사람이고
넘어지기에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사람 팔자로 산다.
넘어져서 다시 일어날 때는
두 손을 딛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빌려주시는 두 다리를
도움삼아 일어난다.
인간이 개보다 위대함은
신이 빌려주신 다리를 지팡이 삼아
겸손히 일어날 때
네 다리로 다시 걸을 수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 되나보다.
네 다리 가진 개는
영원히 머리를 옆으로 두지만
두 다리 가진 사람은
영원히 머리를 위로 두기에
신과 함께 걸을 수 있다.
눈이 온다.
신과 함께 새벽 산책을 나간다.
네 발 가진 개의 겸손을 배우며
신이 빌려주시는 두 다리를 느끼며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