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데 콩 나는’ 아버지의 힘
2009-01-27 (화) 12:00:00
오래전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남편은 로스앤젤레스에 동생 결혼식 가고, 마침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가 잠시 다니러 와 계셨다. 어느 날 저녁인가 어머니가 부르시는 소리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무슨 일인데요?” “아니, 저 조그만 아이가 글쎄 자기 아버지가 집에 없으니까 지하실, 1층, 2층을 모두 다니면서 일일이 문을 당겨보고 또 밀어보면서 잘 잠겨 있는지 점검을 하는구나. 어쩜 며칠 전 아비가 하던 대로 똑같이 하는 것이 너무 신기하구나”하시며 아이들 특히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는 주위에서 부부가 함께 오래 살다보면 많이 닮아간다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닮아가는 게 부모의 판박이라고 불리는 자녀들이다. 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원숭이들은 항상 부모가 하는 대로 꼭 따라 하고 후에는 주위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하는 것까지 따라 해서 미국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Monkey See, Monkey Do.”
물론 예외도 가끔은 있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생활의 나침반이며 미래를 결정하는 지침이 되는 롤 모델이 된다. 또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 앞으로 험난한 이 세상을 무사히 살아가도록 확신과 용기를 갖게 해주는 것도 아버지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아이들이 나는 나중에 아버지처럼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거나, 혹은 아버지처럼 남을 많이 도와주면서 살고 싶다고 하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 유명한 케네디가의 아이들도 아버지의 특별한 배려와 관심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케네디가의 아버지들은 독서목록을 만들어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저녁 식사시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아버지는 어린아이들을 업어주고(아마 사진으로 본 적이 있으리라) 가능한 책을 많이 읽어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창고임을 수없이 강조했다고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좋은 아버지 되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안내문에서 좋은 아버지는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며, 언제라도 절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라고 했다.
도예공들이 도자기를 만들 때 자신의 혼도 같이 섞어 넣어 만들어야만 아름다운 도자기가 탄생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신경을 쓰고 노력한다면 절대 잘못될 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진실로 아이들이 바라는 훌륭한 아버지는 위엄이나 가식을 내려놓고 본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진실된 아버지의 모습이다. 자녀와 마음을 터놓고 아버지도 실수한다, 미안하다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진실된 모습의 아버지를 아이들은 절실히 원한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지만, 아이들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주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다. 그래서 좋은 품성과 인격을 가진 자녀로 길러내는 데는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