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금연주자 이영섭씨

2009-01-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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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음악 계속 하는 것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죠”

한때 유행했던 말인 ‘신세대’ 혹은 ‘X세대’는 이른바 서태지가 등장했던 시기에 10대 중후반을 맞았던 연령을 지칭했다. 9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이들은 대중문화를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었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었다.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개인적이지만 유연한 사고로 무장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장르를 고정시키기 보다는 확대하고 넓히고, 다른 것과 섞는 작업을 활발히 해왔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전통예술협회의 악장으로 활동하다가 이달 말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금연주자 이영섭씨는 연령적으로나 사고적으로나 전형적인 신세대 국악연주자다. 지난해 6월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이씨는 뉴욕에 온 목적을 “새로운 음악을 하기 위해서”라고 짧게 대답했다. 의례적으로라도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 미 주류 사회에 전파하고...”류의 말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타임스퀘어에서 북치고 장구 치는 것’은 전혀 그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심지어 김덕수와 사물놀이패로 대표되는 국악팀의 해외 공연에 대해서도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했다.

“한번 공연하고 돌아간다면 뉴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월드뮤직의 중심인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과 교류하고 그들과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야만 진정으로 뉴욕에 온 의의가 있는 것이죠.” 이씨는 어린 시절 우연히 들은 대금 소리에 빠져 국악을 선택했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동시에 음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대학원에서도 작곡을 전공한 그답게 궁극적인 음악적 목표는 “국악기가 중심이 되는 재즈”다. 단순히 서양 악기들 연주에 국악기가 ‘얹히거나 끼어드는 것’은 진정한 퓨전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청소년국악관현악단과 국립국악원에서 안정된 연주자의 지위를 누리던 이씨는 이처럼 “새로운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연주자로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뮤지션”으로 도약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뉴욕에 왔고 그동안의 성과가 오는 4월 발매될 자신의 그룹 ‘바이날로지’ 3집에 실리게 된다.

이씨는 “최연소 기록이라는 기록은 다 갈아치우며 수상해 봤고 나이에 비하면 많은 돈도 벌어봤기 때문에 대중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은 별로 없다”며 “ 내가 원하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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