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of success is showing up.” 영화배우, 감독 우디 앨런이 한 유명한 말이다. 사람의 인생은 그냥 나타나기만 하여도 80%는 성공한다는 이 말을 필자는 매우 공감하는 사람이다. 지난 몇 년 동안 LA, 팜데일 등 교육구 여러 초·중·고등학교에서 의뢰되어 오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그리고 클리닉에서 상담·치료하면서 바로 우디 앨런의 이 말에 더 없이 공감하게 되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행동의 문제로 교무실로, 또는 학교의 교무주임(dean)에게 보내지면 학부모에게 통지가 가고 학교에서 카운슬러, 선생, 부모가 참가하는 conference가 열리고 행동문제가 좀 심각하여서 수업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을 경우 필자와 같은 치료사에게 최종적으로 행동, 심리치료에 의뢰되어 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무주임이나 교감선생에게 준엄한 질책을 당한 다음이라 필자에게 올 무렵에는 필자가 마지막으로 가장 엄한 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오게 된다.
‘심리치료’나 ‘행동치료’는 뭐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아이들이 갈 때까지 갔을 때 받는다는 생각으로 필자를 찾아온다.
약속을 정해 놓고 막상 약속 날짜가 되면 약속 그 자체를 지키는 일이 싫어져서 이런 저런 핑계를 생각한 다음에 나타나지 않는다. 우디 앨런의 말은 아마 이런 부모들은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21세기 조직사회 생존의 가장 중요한 필수품을 가르치는데 실패하게 된다. 내가 필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조직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는 행동방식, 즉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바로 삶의 뼈대를 세워주는 일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나빠지고 반항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내보이기 시작하면 이런 것들이 좋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주에 치료사와 4시에 약속이 되어 있으면 그것을 지켜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자녀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하기 싫은 일’은 ‘덜 중요한 일’로 만들고 ‘하기 좋은 일, 재미나는 일’은 ‘더 중요한 일’로 포장하기 시작하면 자녀들도 그 방법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교실에서의 지루한 강의나, 선생님·카운슬러를 일대일로 만나 자신의 학업문제나 진로를 상담하는 것과 같은 불편한 일보다는, 비디오게임, 친구와의 놀이 이런 것을 더 중요한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인생에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은 주로 불행한 일들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삶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일들은 거의 모든 것이 이렇게 조그마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만나기 싫은 사람이라도 그것이 내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면 약속 장소에 나타나서 그 사람을 만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도 그것이 나의 삶에 필요한 것이라면 꾸역꾸역 출근할 때 우디 앨런은 80%는 성공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의 성품 형성도 이렇게 이루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큰 뜻을 품고 “엄마, 나 오늘부터 훌륭한 사람 되기로 결심했어.” 이런 자녀라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겠지만 그러나 자녀들의 성품은 부모가 자신들에게 보여준 하루하루 생활 속의 조그마한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 부모의 행동은 비록 매일 조그마한 사건들로 이루어지지만 일단 이를 통하여 성품이 형성되고 나면 그것은 자녀의 삶을 이끌어가는 거대한 정체성으로 자리하게 된다. 귀찮고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하는 모습을 자녀 앞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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