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숨은 영재 찾아내기

2008-11-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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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취급에 앞서 정밀검사 받아야


8세짜리 에릭이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필자에게 의뢰되어져 왔다. 필자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회전의자에 몸을 묻고는 빙빙 돌리다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에 눈길이 멈추었다.

필자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에릭의 호기심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What interests you?” 필자의 질문에 에릭은 저 그림이 정신적인 문제(psychological problem)로 고통(suffering)을 받다가 자기 귀를 잘랐던 어느 화가가 그린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고호의 별이 있는 밤 풍경화를 보고 에릭이 던진 질문이었다.

“Tell me more.” 필자의 주문에 에릭은 고호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다가 귀를 잘라서 누구에게 주었다는 것과 그림에 대한 설명을 선생님이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림에 대한 에릭의 해박한 지식보다도 에릭이 사용한 단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psychological’ ‘suffering’ 이런 단어들은 8세짜리가 흔히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다. 에릭은 49의 제곱근이 7이라는 것도 필자에게 설명하면서 스퀘어루트의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에릭을 데리고 온 할아버지는 아이가 교실에서 심각한 행동문제를 나타내 보여서 문제행동이 많은 아이들만 따로 모아둔 special education 클래스로 쫓겨 가게 될 상황이라고 했다.

그 다음 주에 치료를 위해 온 에릭에게 학교 공부를 물어보니까 “It’s really boring.”이라는 답을 했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재미가 없다고 했다. Task가 주어지면 후딱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끝내고는 여기저기 실수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재검토해 보는 일도 없이 다른 아이들 다 끝낼 때까지 기다리자니 재미가 없어서 수업 중에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게 되고 선생님의 주의를 받고도 이내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는 한다고 했다.

“He is impatient, never likes repetitive work, but remembers just about everything.” 참을성이 없고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을 가장 싫어하는데 기억력은 뛰어나다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기 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교실에서도 차분한 행동과 A를 받는 학생보다는 에릭처럼 과제물 하나 올바르게 처리하는 일 없이 다른 아이들 방해하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영재 학생일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한다.

GATE(Gifted and Talented Students Education Act 1988)로 알려진 영재 및 재능 학생 교육법안은 학습 지능(IQ), 창의력, 예능, 지도력, 그리고 특수교육 분야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반 교실에서 제공이 불가능한 특별교육을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에릭처럼 교실에서 행동에 문제가 보이는 아이들은 영재로 분류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전에 먼저 선생님 눈 밖에 나서 특수교육 대상 문제아동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많다. 필자는 그 다음 주 치료시간부터 에릭에게 2주 동안 IQ 테스트(WISC-IV), 성취도(WIAT-II) 테스트, 그리고 성격검사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지능지수와 성취도에서 표준편차 +2(상위 약 96%, IQ 130 이상)를 넘어가는 지수가 나왔다. 표준편차 +2를 넘는 학생들을 GATE에서는 영재로 분류하고 특별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 몇 가지를 눈여겨보아서 자녀에게 나타나고 있다면 학교와 상의해서 gifted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

호기심과 질문이 많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읽기에 뛰어나고 속도가 빠르다. 수리 개념을 쉽게 깨우친다. 다양한 정보를 수용한다. 독립적이다. 독특하고 오리지널한 의견을 내어놓는다.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동기부여가 강하다. 새로운 것의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다.

www.drsohn.net,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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