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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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차압 막고 매매는 활성화”

2008-11-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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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공약으로 본 내년 부동산 정책

압류 90일 유보·파산때 모기지 탕감
주택 소유주에 세금 10% 환급 등
시장 되살릴 강력한 대책 시행될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지출을 확대해 경제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20일 취임과 동시에 주택 압류 90일 유보 조치 등 과감한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차압당하지 않도록 연방 정부 차원에서 모기지 대출업체들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대형 버블이 터진 부동산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부동산 정책과 시장의 변화를 오바마 당선자의 공약을 중심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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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시 주택 모기지 원금 탕감 및 재조정

오바마 당선자는 모기지 융자금 탕감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개인 파산법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파산법(Chapter13)은 파산법원 판사가 파산자의 모기지 융자 원금을 탕감해 주는 조치를 취하거나 모기지를 재조정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수정해 판사가 은행에게 파산자의 모기지 원금을 탕감하거나 재조정 하라고 명령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 오바마 당선자의 공약이었다. 파산으로 주택을 잃을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현실화되면 60만건의 차압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산법의 수정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법이 바뀌면 은행 등 융자기관들이 판사가 모기지 원금을 탕감하라고 판결할 것을 우려해 사전에 모기지 재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위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수정을 반대하는 측은 판사가 모기지 재조정을 법적으로 강요할 것을 걱정한 은행들이 투자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미리 모기지 이자율을 높이고, 금융기관들은 모기지 관련 유가증권의 거래를 꺼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 파산법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난 4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상원에 상정됐지만 공화당과 금융계의 거센 반대로 부결됐다. 지난 17일에도 리차드 더빈(민주·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파산법원 판사에게 주택 모기지 탕감이나 재조정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상정했지만, 레임덕 기간에 상정됐고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미 강한 반대의사를 밝혀 통과가 불확실하다.

■모기지 세금 혜택

오바마 당선자는 모기지를 납입하는 주택소유주들에게 일괄적으로 10%의 세금 환급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세법은 항목별로 세금을 보고하는 납세자에 한해 모기지 이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모기지 세금 혜택이 실시되면 주택소유주 1,000만명이 평균 500달러의 세금 환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 세금 혜택은 연간 수입이 5만달러 이하인 중산층을 상대로 실시된다.

■자산 이득세(Capital Gain Tax) 과세 비율 상향 조정


오바마 당선자는 캠페인 기간에 ‘부의 재분배’를 통해 중산층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세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자의 부의 재분배 정책은 상류층의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하는 누진세가 중심이 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산 이득세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납세자가 1년 이상 소유한 부동산이나 주식을 매각해 이득을 얻었다면 1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산 이득세 비율을 현행 15%에서 20%로 증가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과세 비율의 증가는 연간 수입이 25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 납세자나 사업체에만 적용된다.
부동산 업계는 자산 이득세 증가는 부동산이나 부동산투자신탁(REIT)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세제안 수정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세법이 개정될 것에 대비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전에 투자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투자자가 있을 정도다.
자산 이득세 비율이 상향 조정되면 연간 수입이 25만달러 이상인 부동산 투자 업체들의 세금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 업체 규제 강화

정부의 규제 실패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은 정치계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차기 행정부는 구제금융을 통해 모기지를 취급하는 은행과 금융기관의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1년 전 상원에 연방 정부차원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법안을 상정했던 장본인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모기지 업체와 브로커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행위가 적발된 업체나 브로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할 방침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자의 계획이 주택 경기의 회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보다는 지나치게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모기지 용어의 간소화 및 이자율 계산 표준화

모기지를 신청할 때 각종 신청서와 계약서의 용어를 간소화하고 이자율과 원금을 계산한 내용을 표준화해서 일반 융자의 연율(APR)과 유사한 형식으로 표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신청인이 각종 모기지 상품을 비교해 가장 적합한 모기지를 선택하고, 원금과 이자를 합해 상환하는 정확한 액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연방 주택국은 이미 모기지 용어를 알기 쉽게 간소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차기 행정부의 규제 노력이 뒤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타

부동산 업계는 주택구입자에게 큰 폭의 세금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강력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전국주택건축연합회는 처음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모든 주택구입자에게 주택 구입 가격의 10%(최고 2만 2,000달러)를 환급해 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차기 행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부시 행정부가 첫 주택구입자에게 제공하는 7,500달러의 세금 환급을 모든 주택구입자에게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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