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각 단체, 동창회, 직장들은 송년파티로 예년에는 늘 찬치 분위기를 연출해 왔지만 올해는 좀 다를 것이다. 최악의 불경기가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불경기가 뜻하는 바는 실로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중소기업이 수십개가 활로를 잃고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인사회에도 매년 연말이면 끈끈한 정으로 온갖 모임으로 풍요로움이 충만하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운영하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힘들어 보이고 모든 경제정책은 안개속이다.
이렇게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면서 주변에는 관행처럼 행사 때마다 대두되는 도네이션 요구는 시들지 않은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 이번 기회에 대폭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녕하세요. 누구인데 우리회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협회의 단합을 위하여 송년의 밤을 할 예정인데 도네이션 1,000달러만 부탁합니다.” “협회의 기금마련을 위하여 아주 근사한 파티를 하려는데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고 도네이션을 부탁드립니다.” “자라나는 2세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사기와 협회기금 모금을 위하여 도네이션이 필요합니다.” “일년에 한번 모이는 모임이니 도네이션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모회에서 골프를 치려합니다. 선물이나 아니면 도네이션 좀 부탁드립니다.”
종교단체. 음악회. 학부모회, 한인회. 상공회의소, 산악회, 조기축구회와 무슨 운동단체, 노인회등 무슨 회가 왜그리 많은지는 한인회장을 해 보아서 알고는 있다. 지금은 심지어 타주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소수의 몇명이 모여서 향응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무슨 압력단체 행세를 하며 손을 벌리거나 도네이션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각 지역마다 사무실을 둔 나로서는 회장실은 물론 지역 사무실마다 몸살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인회나 공익을 위한 공식행사에 정작 사회단체의 힘을 모으려고 해보면 그 많은 단체가 어디서 뭐하는지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한명의 고객이라도 불편을 끼칠까봐 전화를 받으면 영락없이 도네이션 요구 전화다. 전화 받는 것이 겁이 난다. ‘노’라고 하는 말에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지 10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전화기에는 ‘한국에 출장중입니다.’ 라는 말이 돌아간다.
미국의 복지법이 여유롭다보니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을 이용한 빼먹기 식으로 권리를 남용한데서 온 습관이 아닐런지. 미국정부와 캘리포니아가 재정이 적자가 되어 교육자와 공무원에게 봉급을 못주게 될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이런 국가부도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은 어쩌면 요령껏 찾아먹기식의 우리 책임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내 주머니 돈이 아니라고 마구 얻어 비영리단체의 이름으로 비효율적으로 또는 자체 지탱을 위해만 써버리는 도네이션들이 아니라 정말 알뜰하게 어려운 사회를 위해서 쓰여졌으면 한다. 우리 회사 자체에도 장학금제도 같은 복지기구를 여러개 가지고 있어 얼마든지 선행 할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이웃과 정을 나누어 보려고 찾아오면 빈손으로 못 돌려 보낸 것이 화근일까?
“뉴스타 돈은 한인사회의 돈이 아닙니까” 라는 말도 들었다. 차라리 뉴스타의 손님이면 마음이 편하다. 기업의 재정은 직원을 위해 회사를 위한 재투자에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또 기업인은 비즈니스와 회사를 위해 시간을 써야한다. 만약 회사가 어려워진다면 한인사회가 도네이션으로 살려 줄 사람이 있을까. 어려울 때 일수록 사회단체보다 한인기업이 튼튼하게 지탱해야 한다. 사회단체는 생계문제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지만 기업은 생계와 신분문제가 달린 직원을 감축해 가면서 까지 사회분야에 도네이션을 해야 할까.
불황은 기업인이 더 피부로 느낀다. 그런 기업에 도네이션 받으려는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만나주지 않는다고 따지기도 하고, 패거리로 찾아오거나, 아예 죽치는 사람들도 있다.
“돈은 혼자 다 벌면서 왜 돈을 안주느냐”고 싸울듯이 공갈하는 사람, “이러면 재미없다”는 식의 안하무인격인 사람, 참 여러가지로 끈질기게 따라 붙는 해프닝 때문에 업무를 보류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기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한인사회의 도네이션 풍토는 바뀌어져야 한다.
한인회같은 특정한 단체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자기가 맡고 있는 회는 회장의 도네이션만 의존하지 말고 경제적으로 나은 사람으로 구성해서 집행부에서 해결하고 회장이 책임을 졌으면 한다. 단체가 꼭 재정으로만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맥과 협동심과 절약으로 이끌어 가야 될 때이다. 열심히 일하고 기업을 키우는 사람이 사회단체를 위해서만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도네이션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족이나 자기를 위해서는 얼마나 인색한지 공통점이기도 하다.
예전 80~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집에서 머리를 깎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이발 비용 ‘절약’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2007년인 지금도 집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세계적인 부자들’이다. 포브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재산이 2조원이 넘는 존 코드웰. 휴대폰 회사를 창업했다가 올해 초 지분을 정리한 그는 집에서 이발을 한다. 그리고 매일 14마일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옷도 명품점이 아니라 중저가 매장인 막스앤드스펜서에서 사 입는다.
부자근성은 부자로 살지만 돈을 우습게 알고 얻은 돈이라고 물쓰듯 또 도네이션에 의존하는 거지근성은 늘 가난하게 산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좋은 일은 끝없이 선행해 나가야겠지만 향응을 위한, 파티를 위한 도네이션은 근절되어야 하고 무슨일을 벌이든지 시작하면 내주머니에서 쓰고 더 어려운 사람, 더 좋은일 하는 사람을 찾아 오히려 도네이션을 하는 단체가 되어보자.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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