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먼 길

2008-10-2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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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원 락빌, MD

천년을 두고 하나밖에 모르는 통곡기도 뜨거운
빙고 교회에 가서 모든 생살(生殺)을 여탈하고
종말과 영계를 다스리는 십자고상 앞에 엎드려
어머니 돌아가신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천국과 지옥은 세상살이 취미를 위한 것이라면서
조지아 애비뉴 인분냄새 가득한 동물원 같은 양로원에
며칠 후 괴로운 인생 고향 하늘나라 무서워하는
얼굴에 갈꽃이 핀 혀 없는 노파에게 젊은 날의
술과 장미가 흐르던 재즈를 들려주라 하더라.

만년을 두고 좌우밖에 모르는 괘종의 불알처럼
지루하게 반복되는 진양조의 단조로운 목탁소리와
타이완제 싸구려 만수향이 역겨운 절에 가서
시비천하의 아수라를 비웃는 듯 실눈을 뜬
연꽃 위의 만년 앉은뱅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에게
어머니 떠난 길이 무슨 길이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나는 “진흙소를 타고 바다 속”을 가고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늦은 가을바람에
우우(??)와 갈대 부딪는 소리를 가져오라 하더라.

이른 저녁 마실 가듯
되돌아가신 그 곳을
누구에게 물어봐야 될까
주님의 지혜로 나를 빚으셨나니 아멘…
성령을 모시고 순종하옵니다 아멘…
어머니의 허물을 내게 주옵소서 아멘… 아멘…
하나님의 전지전능은 천년을 두고
천국과 지옥을 나누기만 하고
대답이 없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될까
이른 저녁 마실 가듯
되돌아가신 그 곳을
아제 아제
바라 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알듯 모를듯 눈을 감은 미소에
만년을 모로 누운 선(禪)도
대답이 없다

조 다윗과 김 요한도 모르는 어머니의 길
박 보살과 최 거사도 모르는 어머니의 길
천인사(天人師)도 모른다는 어머니의 길
엄마 찾아 나도 가야될 알 수 없는 먼 길

*우우(??): 소가 우는 소리
천인사(天人師): 사람과 하늘을 다스리는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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