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7일 전미탁구협회(USTT) 주최 ‘2008 줄라 노스아메리카 투어 오픈’이 열렸던 메릴랜드 보이즈 대학교 강당. 한참을 심호흡을 고르던 앳된 얼굴의 남학생이 이내 탁구공을 하늘로 던져 올리며 스카이 서브를 시도한다. 이어 상대편 선수가 받아 친 공이 네트를 넘어오자 전광석화 같은 동작으로 건너편 테이블에 위에 내리 꽂은 공이 상대가 손을 쓰기도 전에 바닥이 떨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주변 관객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환호한다.
플러싱 PS 107 5학년에 재학 중인 박총명(10·영어명 조수아) 군이 10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왜소한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박군의 날카로우면서도 파워풀한 드라이브 샷에 혀를 내두르며 이날의 주인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행사를 주최했던 전미탁구협회 관계자들도 박 군의 실력이 남달라 장차 미국 탁구계를 짊어지고 갈 ‘차세대 유망주’라고 입을 모았다.
박 군이 탁구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인 6세 때. 탁구 매니아인 아버지 박맹준 뉴욕신일교회 목사를 따라 탁구장을 오가면서 라켓을 잡았던 게 동기가 됐다. 어머니 김명심씨는 “이렇다 할 취미를 없던 총명이가 아빠를 따라더니 탁구에는 금새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어느 날 탁구장에서 보니 선수 뺨치는 폼으로 스매싱도 날리고… 소질이 제법 있는 것 같아 3년 전부터는 정식으로 등록, 배울 수 있도록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전 한국 국가대표 최금일씨가 플러싱 162가에 문을 연 뉴욕탁구장 어린이 탁구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박 군은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실력을 뽐내고 있다.
3년 만에 레이팅 1,500점대에 올라 선 박군의 특기는 스카이 서브를 비롯한 7가지 다양한 구질의 서비스와 강력한 드라이브 샷으로 여느 선수들과도 비교해 뒤지질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게다가 성격도 침착한 편으로 게임운영 관리 능력도 높다는 평이다.
박군을 지도하고 있는 최금일씨는 “또래들과 비교해 상당히 다양한 기술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연습 벌레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서 장래가 아주 유망하다”며 “좀 더 파워를 키우면서 대회 경험을 쌓는다면 충분히 세계 정상급 선수로도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요즘 학교를 다니면서도 매주 수, 목, 금요일은 어김없이 최금일 탁구교실에 나가 2~3시간씩 맹훈련을 하고 있다. “기술을 한가지 씩 연마할 때마다 저절로 힘이 솟고 신이 난다”는 박군은 “이 다음에 유승민, 주세혁, 왕리첸 등과 같은 세계 정상급의 탁구 선수가 되고 싶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며 장래 희망을 내비쳤다.
학업능력도 뛰어나 학교에서는 우등반에 속해 있는 박군에게는 꿈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소설가가 되는 것. 평소를 글쓰기를 좋아하는 박군은 몇해 전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난 후 커서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3남매 중 막내인 박 군은 “지금부터 열심히 글쓰기 공부를 위해서 나 중에 어린이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설가가 되는 것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만큼 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해리포터 보다 더 인기가 많고 재미있는 책을 쓰고 말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김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