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모기지가 있어 은퇴 생활비 걱정 없다
2008-09-04 (목)
은퇴 저축 없는 베이비부머에 인기
페이먼트 내는 대신 월 생활비 수령
주택 판매·사망 시 한꺼번에 상환
일반 홈 에퀴티 론보다 비싸 흠
저축이 별로 없는 은퇴자에게 집이 있다면 집의 에퀴티는 든든한 은퇴자금이다. 집에 쌓인 에퀴티(주택 가치-모기지 부채액)란 자산을 담보로 에퀴티 론이나 라인 오브 크레딧을 얻을 수 있고, 리버스 모기지(reverse mortgage) 론을 얻을 수도 있다. 에퀴티 론이나 크레딧 라인은 상환을 위해 매달 페이먼트를 내야 하지만 리버스 모기지는 매달 일정액을 은행에서 받는다. 한꺼번에 목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은퇴하여 고정 수입이 없는 노인에게는 리버스 모기지 론을 통해 매달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집 에퀴티를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고 부채 상환은 집을 팔거나 사망할 때 한꺼번에 처리한다. 따라서 평소에는 빚 갚을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집은 있고 생활비 마련이 걱정인 은퇴자에게는 리버스 모기지 론이 아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리버스 모기지 론은 은퇴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거의 무관심했던 론이지만 지금은 은퇴자라면 한번쯤은 고려해 볼만한 론으로 부상했다.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HECM) 프로그램을 통한 리버스 모기지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통한 리버스 모기지 론은 총 10만7,400건이 이뤄졌다. 1998년에는 7,900개의 론이 나갔던데 비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퇴 노인들의 홈 에퀴티는 2007년 현재 총 4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이전 세대보다 저축과 연금이 극히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에게 집의 에퀴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은퇴 자금원이 됐으며 리버스 모기지에 더욱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인기와 수요에 부응, 최근 연방의회를 통과한 주택 구제법에도 한층 우호적인 리버스 모기지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연방 의원들도 낮은 이자율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지난 10년간 리버스 모기지 론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관심도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스 모기지 론은 장점 만큼 단점도 많으므로 내용을 잘 파악한 다음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잘 판단해서 신청해야 한다. 일반적인 에퀴티 론이나 크레딧 라인보다 복잡하고 겉보기와는 달리 비용도 더 많다.
리버스 모기지 론은 매달 페이먼트를 내는 대신 거꾸로 매달 돈을 받고 나중에 집을 팔거나 사망할 때 한꺼번에 부채를 갚는 방식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홈 에퀴티 론과 몇가지 점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다.
우선 홈 에퀴티 론과 달리 리버스 모기지 론은 62세 이상인 경우에만 제공된다. 융자액수는 연령과 주택 가치, 이자율에 근거해 결정된다. 한꺼번에 목돈(lump sum)으로 받을 수도 있고 매달 일정액을 받을 수도 있다. 라인 오브 크레딧으로도 받을 수 있다. 매달 갚아야 할 월 페이먼트가 없으므로 융자자격으로 소득 요구 조건을 필요치 않는다. 홈 에퀴티 론은 소득 조건을 충족치 않으면 에퀴티가 있어도 론이 나오지 않는다.
평소에는 빚 갚는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사하거나 팔거나, 사망 때까지는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융자에 대한 부채는 주택 판매 수익금을 처리해서 해결된다. 돈이 남으면 자신이나 상속인에게 넘어가고 만약 채무액보다 집을 판 액수가 적어도(요즘처럼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방 정부가 HECM 론 부족액을 커버하고 HECM이 아닌 리버스 론일 경우에도 모기지 홀더가 손실액을 부담한다.
리버스 모기지가 아주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단점도 상당하다. 우선 비싸다. 나중에 전부 따져 보면 홈 에퀴티 론을 얻었을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낸 것으로 드러난다.
기본 이자율은 현재 홈 에퀴티 론보다 낮다. 월 변동 HECM 론은 현재 4.3%로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의 5.3%보다 낮다. 그러나 리버스 모기지는 부채가 증가하는 론이다.
부담해야 할 이자가 원금에 부가돼 세월이 지나면 전체 부채액이 상당한 액수로 불어난다. 결국 이자에 대해 또 이자를 지불하게 된다. 융자 비용이 복리로 가중되는 셈이다.
선납 융자 수수료를 엄청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융자 수수료(origination fees)에 감정료, 타이틀 조사비 등등 상당하다. 그리고 모든 HECM 론에 대한 2%의 모기지 보험료도 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주택 구제법에서 이 부분이 좀 개선됐다. 오리지네이션 수수료를 첫 20만달러까지는 2%, 나머지에 대해서는 1%로 제한했고 최대 액수도 6,000달러로 제한했다.
리버스 모기지 론이 타당한지는 개인 사정에 달려 있다. 소득이 있어 홈 에퀴티 론을 받을 수 있고 매달 페이먼트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에퀴티 론이 대부분의 경우 더 나은 옵션이다.
얼마나 오래 그 집에서 살 것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2~3년 살 집에 그렇게 많은 융자 비용을 지불하고 론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주택 유지 관리비와 재산세, 주택 보험 등 주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다름없이 내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가거나 임대 아파트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편이 더 비용경제적인 방법일 것이다.
리버스 모기지 론과 관련해 한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과거 일부 리버스 모기지 브로커들이 리버스 모기지 론에서 나오는 돈으로 연금 상품에 투자하라고 압력을 넣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새 법은 렌더들이 융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차용인들에게 투자상품이나 보험 상품을 사도록 하지 못하게 금지했다. 리버스 모기지 론은 투자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얻어서는 안 된다.
이자에 이자를 무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위험 투자로 갈 수밖에 없고 집이 걸려 있는데 고위험 투자란 타당치 않다.
<케빈 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