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실럿 옵저버>
실직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의 손에 이끌려 사춘기에 미주 한인가정으로 입양된 한인 여학생의 성공 스토리가 15일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신문인 ‘샬럿 옵저버’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양지선(18·사진·미국명 에밀리)양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 큰 딸을 남의 집에 입양 보내려는 부모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녀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지금을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지선양이 미국에 입양된 것은 14세였던 지난 2004년. 고졸학력의 전기기술자로 은행에서 일하던 부친(양대석씨)이 어느 날 갑자기 실직하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자식들만큼은 대학에 보내고 싶었던 부모가 한국에서는 대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않자 수소문
끝에 노스캐롤라이나 헌터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 양모씨 가정에 딸 지선양을 입양 보냈다.
공항에서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본 지선양은 미국에 온 뒤 8학년에 등록해야 했지만 영어실력 부족으로 7학년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 고충도 많았다. 친부모와 재회하려면 빨리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지선양은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올 봄 11학년 신분으로 고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됐다. 학과목 평점도 5점 만점에 4.37점으로 우수하다.
한인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일본식당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도 학교 수업 이외에 한 학기에 4과목을 오후 수업과 인터넷 등으로 추가 수강하면서 졸업시기를 앞당긴 것.
지선양의 성공 스토리 배경에는 미국의 양부모 양씨 부부의 공도 컸다. 지선양이 오후 수업을 갈 때마다 직접 학교까지 바래다주고 수업이 끝나는 밤늦게까지 주차장에서 기다리며 뒷바라지했다.
친부모의 희생과 결단, 양부모의 정성이 합쳐져 지선양은 동급생보다 한해 먼저 고교를 졸업한 것뿐만 아니라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CC)으로부터 4,000달러의 장학금까지 지원받게 됐다.
지선양이 재학하는 호프웰 고교의 마샤 존슨 가이던스 카운슬러는 “지선양처럼 의지가 강한 학생을 만나기도 힘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선양은 이번 졸업식에 참석하려다 항공권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아 만나지 못한 친부모와 올 여름 4년만의 재회를 앞두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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