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월드보이스 참가 소설가 김영하 씨
2008-05-08 (목) 12:00:00
“왜 여전히 소설을 읽어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소설가들의 대답은 각자 다를 것이다. 세계문학잔치 ‘펜 월드보이스(PEN World Voice)’를 위해 뉴욕에 온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김영하(사진)씨는 이 질문에 “세상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역설적인 대답을 했다.
“바쁜 일상에서 실용적인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한가롭게 소설을 읽을 여유가 없겠지요. 그럴 때 ‘세상을 이렇게 살아라’ 라는 책보다는 ‘인생은 결국 내 맘대로는 되지 않는다’라는 소설을 읽으며 여유를 좀 가져보면 어떨까요?”
소위 90년대 신세대 작가군의 선두 주자로 촉망받았던 김영하씨에게 특유의 위트와 신랄함을 엿볼 수 있었지만 어느덧 중견작가로 자리잡은 여유와 낙관도 함께 느껴졌다. 김씨는 한국의
순수 문학시장을 “여전히 활기차고 건강하다”고 진단했다.
“매년초 불어닥치는 신춘문예 열풍은 차치하고라도 순수단편 모음집과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한국만큼 자주 오르는 국가가 흔치 않지요. 오히려 미국보다도 순수 문학 시장이 튼튼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씨의 작품은 이미 유럽과 미주, 일본 등 7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됐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개성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시나리오가 귀한 한국 영화계에서 늘 쟁탈의 대상이 되어왔다. 김씨는 번역된 작품 혹은 영화화된 자신의 소설을 보는 느낌을 “10년 만에 처음 만난 자식을 보는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생김새며 모양이 분명 자식인건 맞는데 영 어색하고 낮설기도 하다는 표현이다.
학생운동이 아닌 ‘집회의 메카’로 불리던 80년대의 연세대 재학생이던 김씨는 ‘국악연구회’같은 운동권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분방함으로 인해 ‘리버럴’하다는 욕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경직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분위기속에서도 지켜온 자유스러움이 오늘의 김영하를 만들었다고 작가는 말했다.<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