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우호통상조약을 맺은 지 125년이 넘었다. 1882년에 두 나라가 관계를 가진 것은 짝사랑과 같았다. 1903년부터 수 년에 걸쳐 7천여 명의 한인들이 사탕수수 농장 근로자로 하와이에 들어왔다. 그 중 2천여 명이 미 대륙으로 건너오고, 일제 40년간 더 이상 이민은 없었다.
오늘날 미국 내 한국 이민사회는 200만에 달한다. 이민 백 년이 넘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1960년대 이후에 온 사람들이니 이민 2세대가 많고, 3세대는 아직 어리다. 젊은 이민사회라 하겠다. 유대인들과 달리, 한국의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국에 대한 생각은 시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랐다. 때로는 빈곤하고 비민주적인 조국이 부끄럽기도 하였을 것이다.
100년이 넘은 한미관계사에서 우리가 진실로 존경할 만한 표상은 없을까? 한국인의 피를 갖고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중의 정체성 속에서 우리의 2세와 3세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 있다면 누구일까? 그러한 분의 동상이라도 하나 세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가끔 스스로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고 몸을 추수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의 우리 총영사관 앞에 미 시민권자 1호인 서재필 박사의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그런 뜻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까지의 역사교육에 따라 독립협회를 세우고 독립신문을 만든 사람이라는 정도인 것 같다. 특히 이민 2세 자녀들에게는 세종대왕, 이순신도 알까말까 한데 서재필까지 알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구한말 개화사상의 주요인물로서 갑신정변의 주역, 미주 한인 이민사에 있어 최초의 한인의사요 미시민권자, 독립신문과 교육을 통한 국민계몽의 선각자, 독립협회를 통한 리더십 육성가, 미국 내 한국관련 인쇄물 발간 등 일제 치하 미국 내 한국 알리기의 선봉, 이민으로서 87세에 미국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일관되게 통일 개명조국을 희구 등… 한 마디로 한국의 지도자이자 미주 한인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고 자세히 말씀드리면 수긍하는 것 같다.
그래도 동상을 세울 만큼 역사에 우뚝 선 영웅은 아니지 않느냐는 듯 갸우뚱하는 분들도 있다. 아마도 왕이나 대통령이나 전승장군 등의 동상을 많이 보아온 관성에서인 듯싶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공동체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있어, 진실로 훌륭한 분이라면 유명세 여부를 떠나 존경할 수 있다면 좋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