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유행을 중심으로 본 북한 여성들

2008-04-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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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북한 여성들의 유행은 한 번 유행하면 오래 지속되고 변화의 속도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퍽 느리다. 북한 여성들의 유행은 민족 고유의 전통 테두리를 맴돌며 크게 전통에서 이탈되는 유행은 없다는 것이 특색이라고들 한다. 뉴욕필 평양공연을 참관코자 두 주일 평양에 머물면서 북한여성들의 유행을 비롯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자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작은 성공만 하고 말았다.
북의 젊은이들이 애들을 적게 가지려는 경향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살면서 터득한 경험의 결과일 것이라는 말과 지금은 나라에서 애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이임하는 박길연 유엔 북한대사의 부인으로부터 송별회장에서 들은 일을 평양에서 상기해 보았다. 송별회에 손자(뉴욕시내 중학생)와 함께 참석한 박 대사의 부인이 “손자와 손녀가 여럿 됐으면 좋은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나, 많아야 둘을 갖지요”라고 하던 말이 실제 평양에 와서야 사실임을 절감하게 됐다. 애를 적게 가지려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식들의 교육이고 부부생활을 더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결코 비판의 대상은 아니나, 동시에 멋이나 유행과 떨어질 수 없는 함수관계임은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연애와 중매의 비율은 8:2로 연애결혼이 압도적으로 많아 과거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능라도, 모란봉공원, 대동강 등의 유원지는 추운 겨울인데도 청춘남여들이 팔짱을 끼고 산책하는 것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날씨가 풀리면 사랑을 위해서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수없이 많아진다고 지도원이 일러준다.
북한은 이혼율이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로, 가령 5년 이상 애를 못 낳는 특이한 경우와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혼이 거의 성립되질 않고 웬만한 부부의 문제는 직장 단위에서 시정되고 해결된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남여들이 ‘동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때로는 ‘동지’라는 더 친절한 문화어를 사용하지만, 결혼 후에는 ‘여보’라는 칭호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남여의 연령차이가 5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때로는 동갑이나 1살 차이도 마음에 들면 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던 결혼 전 남여의 잠자리도 이제는 대체로 허용 내지는 묵인하는 경향이라고들 한다.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없고, 술도 거의 마시질 않는다. 남자들의 술과 담배는 일본, 중국, 남한의 남자들과 같이 둘째로 가라면 서러워할 판이다.
고려호텔에서 만난 최영옥(평양시 낙랑구역 거주, 28세)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모의 여인이 성형수술(주로 콧날, 쌍꺼풀, 눈썹문신 등)은 병원에서 누구나 무료로 하지만, 자기는 눈썹을 너무 진하게 했다며 후회하는 것도 봤다.
북한여성들의 머리형은 대체로 긴 커트식 머리, 파도식 머리, 그리고 포도식 머리인데, 포도식 머리는 배우나 멋쟁이들이 많이 한다고 한다. 한복을 입는 경우에는 주로 가운데 가름머리를 타고 뒤로 매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여자들은 시계와 반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장식품을 몸에 달고 있질 않는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경향이 생겼고, 빛깔도 되도록이면 밝은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동경이나 서울에서 보듯이 평양사람들도 구두를 많이 신었고 여자들은 구두의 굽이 높은 것을 많이 신었다. 고려호텔 여자 종업원들의 입술화장 보다 해방산호텔 여종업원들의 입술화장이 더 짙은 이유를 물었더니 누가 그렇게 시킨 것이 아니고 어쩌다가 그런 현상이 났을 것이라는 대답이다. 아무튼 여자들은 대부분이 화장들을 했으나 향수냄새를 맡은 적은 없다. 아마도 내 코가 정상이 아니라선지….
이흥노 /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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