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스피딩 티켓과 무인 카메라
2008-04-15 (화) 12:00:00
며칠 전 우편물 속에 끼어있던 스피딩 티켓, 한 달 전쯤에 받은 것을 합하면 두 달 동안에 석장. 이번 것도 티켓 사진 속의 자동차 번호가 우리 것이니 절대 아니라고 변명도 못하고 꼼짝없이 걸렸다. 35마일 존에서 46마일, 35마일 존에서 47마일로 달렸다고 적혀 있다.
요즈음 메릴랜드 주에는 카메라 전쟁이 시작된 듯하다. 주위에서 티켓을 한 장도 안 받은 사람이 거의 없는듯하다. 아주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곳곳에 있는 무인 카메라에 찍혀 티켓 받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어떤 친구들은 어디어디에 카메라 장치가 양쪽 두개씩 있다고 주욱 외우고 있다. 코리안 코너 앞 랜돌프 로드 내리막길에는 8개, 위튼 학교 앞에는 4개, 락빌 여러 곳,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때는 잘 기억을 하다가도 딴 생각을 한다든지 남편과 둘이 얘기를 하다보면 아차 ‘금방 그 카메라 지나온 것 아니야’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를 가면 시간을 조금 넉넉히 갖고 가려고 노력한다. 믿어지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가까이 가면 모두 속도를 줄이고 장례 행렬처럼 천천히 한 줄로 간다는 것이다.
저 사람들도 티켓을 받아서 알고 있나? 저게 카메라인지를 어찌 알지… 미국 살면서 짧은 시간에 어쩌다 티켓을 이렇게 많이 받은 것도 처음이니 말이야. 벌금은 각각 40불씩, 다행이 포인트는 없다고 한다. 어떤 미국 사람은 ‘세금이 부족 했나 돈 뜯어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며 혀를 찬다.
어찌됐던 이 무인(無人)의 인정 없는 차가운 금속성 카메라 박스는 순경처럼 봐주거나 깎아주는 법이 없으며 거짓말도 못하게 하면서 쉽게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천천히 가더라도 거기만 지나면 신나게 달리는데 무슨 큰 효과가 있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카메라 장치가 되어있는 곳이 바로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것이다. 몽고메리 카운티 교통국의 말로는 이 카메라 하나는 순찰차 한 대가 그곳에 서있는 효과를 내며 사람들이 모두 속도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에서는 여분의 경찰차를 하이웨이 옆에 그냥 세워두거나 카메라 장치를 안에 해두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사실 아침 저녁 뉴스에 얼마나 많은 자동차 사고 얘기를 듣는가. 젊은 아이들의 스피드 드랙 레이싱, 음주운전, 마약복용 후의 운전 등이 스피드 감각을 잃게 하며 위험 운전의 요인이 된다. 경찰보다 더 많이 티켓을 만들어 온다는 무인 스피드 카메라. 경찰관들도 200여장의 티켓을 받았단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더구나 그것이 나의 식구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무인 카메라들의 도움으로 교통 사망사고가 줄고, 모든 이들이 안전할 수만 있으면 오늘 나는 기쁜 마음으로 벌금을 내고 내일부터는 더 조심하며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