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꽃 잔치로 들썩인다. 온통 개나리, 수선화가 꽃망울을 활짝 열고 온 동네를 노랗게 물들여 놓았고, 눈부시도록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황홀하기 그지없다.
몇 달 전부터 봄방학하면 할머니집에 나들이 온다고 손꼽던 8살, 5살의 손녀딸들이 고대하던 봄방학을 맞아 엄마 따라 나들이 왔다. 오자마자 익숙하게 제집인양 이층으로 올라가 방 하나씩 차지하고 옷가지며 인형들을 챙겨놓느라 한참 부산을 떨고는 리치몬드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를 향해 무심하게도 ‘빠이’ 하며 손 한번 흔들어주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아이들은 조용하게 앉아있지를 못한다. 떠들고 뛰노는 아이들의 세계 속에 조용했던 집안 곳곳에 활력이 넘쳐난다.
첫날은 수영장으로 갔다. 큰 손녀딸은 수영에 자신 있다고 덥석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작은아이는 수영이 서투니 고무풍선을 양팔에 끼고 물장구치며 오리처럼 수영장을 헤매며 좋아라 깔깔댄다. 다음날은 할아버지가 준비해둔 연을 날리기 위해 가까운 동네공원으로 달려갔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 ‘DORA’ 얼굴로 가득 채워진 연은 하늘 드높이 올라 불어대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하늘을 휘젓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도 저 높이 떠 있는 연을 타고 흥분에 들떠있다.
컴퓨터게임에 익숙해 틈만 있으면 내 컴에는 작은아이가, 할아버지 랩탑에는 큰 아이가 독차지하고, 마음에 드는 DVD를 넣고 빼는 일에 주저 않는 솜씨에 놀란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한차례씩 발레 춤을 선보이는데 활달한 큰손녀가 리드하고 작은 손녀는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꼬리를 내리는 부끄럼쟁이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흘릴 때도 많고 울기도 잘한다.
파란 하늘엔 뭉개구름 새털구름을 만들어내며 각양각색의 형태들로 참으로 매혹적인 화창하고 따사로움이 그지없는 아침이다. 긴 여행이 아닌 가벼운 하루 나들이 명목으로 손녀딸들과 벚꽃축제가 열릴 워싱턴 DC로 달려간다. 차창 밖 봄꽃들이 예쁘게 손짓하는 흥겨움 속에 손녀들과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즐겁기만 하다. 다시 한 번 내 가족, 내 이웃, 내 사랑이 참으로 소중함을 느끼며 꽃이 지기 전에 감추어 두었던 나의 사랑을 마음껏 나누어 주어야겠다.
분명 봄은 자연의 순리를 말보다 행동으로 생명을 노래하고 사람들에게 화해와 용서와 그리고 절망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신비로운 힘을 갖게 하는 사랑의 계절인 것 같다. 백악관,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모뉴먼트, 의사당을 둘러보며 좋아라 하고, 핑크빛으로 화려하게 만발한 벚꽃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룬 호숫가를 손을 꼭 잡고 걸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들을 디카에 담느라 할아버지도 엄청 바쁜 하루였다. 아이들의 미소처럼 벚꽃의 향기와 지워지지 않은 사랑의 향기속의 추억을 만들며 화사한 벚꽃 무더기보다 더 붉은 열정으로 일주일동안 봄방학을 함께한 손녀딸들과 행복한 마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