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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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 ‘선택의 폭’ 더 넓다

2008-03-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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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좋은 매물은 많고

길거리에 피가 낭자하게 흐를 때 바로 그 때 사들여라. 투자의 대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성공 투자의 기본이다.

처참하게 깨지고, 다들 두려워 던지고 도주할 때 뛰어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지나고 보면 바로 그 때가 투자의 적기였음을 알게 된다.


심리를 거슬러 과감하게 투자한 사람은 큰돈을 벌고, 군중심리로 움직였던 사람은 기회가 날아갔음을 뒤늦게 알고 가슴을 친다.

지금 주택시장은 유혈이 낭자하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셀러들은 버티다, 버티다 뚝 떨어진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

좋은 매물도 넘쳐난다.

물론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매입 타이밍이 문제되긴 하지만 도처에서 곡소리가 진동한다는 점에서 투자해서 크게 틀리지는 않은 시점임은 분명하다.

더 큰 집으로 갈아타기
모기지 등 비용 늘지만 가격 상승 여력 커

세컨드 홈 매입
단기 투자 금물… 자주 이용 가능하면 무방

자녀에 집 사주기
다운할 목돈 증여·융자해주면 투자 효과 커


첫 주택 구입자라면 매입을 비교적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다. 어차피 사야 할 집이고, 가격도 전에 없이 좋고, 더 떨어진다 해도 이미 크게 밀렸기에 손해는 적을 것이고, 결국 반등한다면 이익은 클 것이다. 이런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집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하락장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 차압주택 매입도 남의 잔치일 뿐이다. 한 채 더 매입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한 채는 세를 줘야 하는 번거로운 문제가 생긴다.

랜드로드가 되는 번거로움은 피하면서도 하락장을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세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 큰 집으로 점프

평소 더 좋은 동네, 더 큰 집을 소망해 왔다면 여력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염가에 점프할 수 있는 기회다.

내 집 가격이 떨어졌지만 더 크고 비싼 집의 가격도 떨어졌다. 2006년 2분기 이후 전국 주택 가격은 평균 10% 이상 떨어졌고 LA지역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 폭이 지역적으로 다르고, 또 같은 LA 메트로 지역이라도 동네 따라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하락 액수 상으로는 큰 집이 더 빠졌다.

2년 전 150만달러 하던 집을 110만달러에 살 수 있다면 전보다 40만달러를 싸게 매입하는 셈이다.

평소에는 비싸서 못 샀지만 세일할 때는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큰 집으로 옮기면 주택관련 비용이 더 많이 나간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느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 보험, 재산세, 관리비 등 여타 비용도 줄줄이 늘어난다.

하지만 혼다를 타다가 벤츠를 타면 비용이 좀 더 나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혼다를 탈 수도 있지만 비싸도 벤츠를 타는 사람은 있다.

큰 집으로 옮기느냐 마느냐는 비용도 관련되지만, 각자 기호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 주택 시장이 반등할 경우 큰 집의 가격 상승폭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주택 관련 지출이 지나쳐 은퇴저축을 갉아 먹을 정도면 곤란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면 주거 공간을 업그레이드 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케이션 홈 매입

세컨드 홈을 살 수도 있다. 베케이션 홈을 매입하되 세를 주지 않는다면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주택비용이 한참 더 많이 나가게 된다.

세컨드 홈 가격이 추후 상승해서 그 사이 세컨드 홈에 들어간 비용을 제하고도 이익을 낼 수는 있겠지만 투자 성과면에서는 썩 뛰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라면 어차피 머지않아 현재의 큰 집을 떠나야 할 것이고, 휴가용으로 사둔 세컨드 홈이 은퇴 후의 주 거주지가 될 수도 있다. 은퇴 후에 살 집에서 미리 살아본다는 시험적 의미에 더하며 미리 사둔다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다.

단, 현재 세컨드 홈 시장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재고가 워낙 쌓여 앞으로 단시일 내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판단은 이렇게 내려야 한다.

세컨드 홈을 사서 많이 이용할 것 같으면 매입하라.

그러나 가격이 오를 때를 겨냥한 투기 목적이라면 관망하는 편이 낫다.

▶자녀 주택 매입

큰 집으로 옮기거나 세컨드 홈을 사면 라이프 스타일면에서는 상승이 이뤄지겠지만 투자면에서는 뛰어나다 할 수 없다.

자녀가 집을 사도록 도와준다면 투자효과를 완전히 누릴 수 있다.

장성한 아이들이 아직 집이 없다면 렌트 살지 말고 자신의 집을 사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나중에 상속할 재산을 미리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애들이 집을 사려면 다운할 목돈이 있어야 하고 렌트 대신 더 많은 모기지 페이먼트를 해야 한다.

첫 주택을 매입하고자 하는 자녀가 있다면 지금은 좋은 때다. 10% 다운을 선물로 줄 수도 있고 자녀에게 융자를 해 줄 수도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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