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웅수 회고록-제2 인생을 걷게 한 5.16(4)
2008-02-27 (수) 12:00:00
‘혁명’ 제안하는 박정희 소장
나는 1957~8년 육군의 군수 참모부장으로 군수제도를 개편하면서 부산 소재 각종 군수부대와 항만 운영부대의 종합적인 지원과 규율을 다스리기 위해 부산에 군수기지 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하였다. 사령관은 직제 상 군수 참모부장인 나의 차장 격으로 하였으며 박정희 장군을 초대 사령관으로 추천하였다. 박 장군은 참모총장이 된 송요찬 장군이 야전군 사련관시 그의 참모장을 지냈다. 송 총장은 취임 후 박 장군을 육군 공병감으로 시켜줄 것을 원하고 있었으나 그의 보직은 내게 맡겨달라고 보류하고 있었다. 박 장군은 내가 같이 일을 해보지 못했던 장성의 하나이며 청렴하고 열심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기에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박 장군의 취임을 위해 나는 박 장군과 같이 부산에 내려가 그를 취임시키고 동래 여관으로 돌아왔다. 오후 내방한 박 장군은 나에게 느닷없이 “각하, 혁명이라도 해야지 이대로 나라가 되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까지 박 장군과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모 잡지에는 나의 이름이 포함된 족청계 쿠데타의 가능성이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을 때였다. 족청에 가입된 사실이 없는데도 나 자신이 족청계로 지목되고 있는 때였다. 나는 박 장군이 나를 떠보고 있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군인들이 혁명을 한다고 나라가 잘 된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하였고 그 이상 말은 진전되지 아니하였다. 박 장군의 혁명 제안은 나에게 처음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설에는 부산 정치파동 때도 그런 말이 있었고 이종찬 장군이 6.25 전쟁 중 육군 참모총장직을 떠나 미 참모대학에 가는 비행장에서 박 장군으로부터 혁명 건의 서신을 받았다고 전해오는 것을 보면 박 장군이 민주당 정권 훨씬 전에 혁명에 대한 뜻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