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검은 머리’ 유감

2008-02-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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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원 /락빌, MD




대한민국의 특검 검사가 미국 동포인 김경준 씨를 빗대 “검은 머리 외국인이 대한민국을 우롱했다”고 한다.
‘검은 머리’ 발언은 한마디로 나로 하여금 개한민국의 국민이었다는 사실을 창피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국보인 숭례문을 불태워버린 조국 대한민국의 지적 수준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때에 검은 머리 발언은 수치와 창피를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 진짜 검은 머리 국민들과 검은 머리 검사들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오늘까지 검은 머리 검사들은 검은 머리답게 정말 ‘검사스럽게’ 자랑할 수 있는가? 비리 투성이인 지도자를 눈감아 준 검사들과 검은 머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로 스스로 우롱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한글은 제대로 모르면서 정확한 오렌지 발음을 아륀지로 이야기 하는 그들은 스스로 우롱을 자처하지 않았는가.
봉황의 상징이 우상이라면서 밥그릇에서부터 봉황의 상징을 모두 없애는 치졸은 조롱거리가 아니고 자랑인가.
심문을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최고 요정에서 소주를 곁들여 꼬리곰탕을 먹으면서 머리를 조아렸던 특검 검사들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 ‘와’ 하고 박수를 쳤다는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과 법을 우롱하지 않았던가.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많이 즐기고 좀 더 많이 마시고 먹기 위해 비리 의혹을 눈감아 주고 술집에서 수사를 했다는 대한민국 검은 머리 국민들과 검사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진정한 우롱거리로 만들지 않았던가.
한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대통령이 비리 투성이인 장관들을 임명하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공식석상에서 영어로 하고 훌륭한 진짜 영어를 망쳐 놓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여 오렌지를 아륀지로 미야기하는 대한민국의 검은 머리들이야말로 검은 머리 외국인을 오히려 우롱하고 있지 않는가.
검은 머리 외국인인 나는 말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 우리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검은 머리들보다 더욱 검은 머리답게 대한민국의 맛과 풍습을 지키며 자랑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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