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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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20대 조명한 소설

2008-0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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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컴퓨터와 핸드폰 mp3 없이는 한 순간도 참을 수 없으며, 어디라도 이동할 수 없는 세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던 해에 태어나 컬러텔레비전으로 프로야구를 보며 자랐고, 서태지에 열광하며 성장기를 보냈고, IMF 금융위기를 지켜보며 그 동안 향유했던 경제적인 풍요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실감했고,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목격했던 세대.
외국의 광고판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의 얼굴을 보게 된, 외국인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코스모폴리탄 1세대. 우석훈 교수는 이런 세대를 ‘88만원 세대’(비정규직 세대)라고 부른다. 일할 데라고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알바’-파트타임) 자리밖에 없고 열심히 일해 봐야 한달 100만원이 채 넘지 않는 돈 밖에 벌 수 없는 ‘알바 세대’ 이제 20대 후반이 된 이들 80년생 젊은이들의 내밀한 욕망은 무엇일까?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는 어떤 풍경일까?
<퀴즈쇼>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로 자랐고 선진국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백수인 이민수의 이야기다.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은 건 3억원의 빚뿐이라 그나마 있던 집도 처분하고 고시원에 살게 된다.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에서의 유일한 낙은 퀴즈방에 접속해 퀴즈를 푸는 일. 그런 그가 인터넷채팅 ‘퀴즈방’에서 TV퀴즈쇼 구성작가로 일하는 서지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이들의 만남은 이뤄지나, 어쩐지 온라인에서 그들이 속삭였던 사랑의 감정은 흐려져 가는 것 같고 또한 오프라인 상의 민수는 회사와 사회에서 수많은 좌절과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빛의 제국>이 나온 지 일 년만에 나온 이 소설은 작년 2월에서 10월까지 모 일간지에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바 있다. 대한민국 20대의 삶과 사랑,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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