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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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루쉰이 있었더라면

2007-10-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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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노신, 1881-1936)이 서거한 지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33편의 중· 단편 소설을 썼고, 당대의 사회 문제에 대해 그가 쓴 많은 수필과 비평, 서간문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의 독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작가이다. 그가 활동한 시기는 외세의 침입 이후 많은 혼란과 내란, 전쟁을 거쳐 좌·우익 체제로 나라가 분단되는 비극을 거친 중국 최대의 변화기였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사회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거쳤기 때문에, 루쉰은 동양 최대의 작가로서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젊었을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의학 공부를 했지만, 그 시대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의 정신을 개혁하는 일’이고, 그것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문예라고 생각하여, 문예 운동을 제창하리라고 작정했다. 그래서 문예지를 내고, 작품을 발표했다.
중국에 돌아와서 여러 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한 편,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과 번역 등으로 책을 많이 출판했다. 문학을 통해서 모든 문제를 제기한 그는 “모든 개혁의 시작은 각성한 지식인에게 맡겨진다”고 믿고, “지식인들은 반드시 잘 배우고 잘 생각하고 판단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굳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조리에 찬 사회를 향해 싸워야 하는 그들에게 “문제가 없고 결함이 없고 불평이 없으면, 해결이 없고 개혁이 없고 반항이 없다”고 단언했다. 문학을 무기 삼아 사회와 인간을 개혁할 수 있었던 그는 “이렇게 가련한 시대에는 죽일 수 있어야 살릴 수 있고, 증오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으며, 살릴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고, 그래야 문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은 국민정신이 발하는 불꽃이자 국민정신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므로 … 우리 작가들도 가면을 벗고, 진실하게, 깊이, 용기를 가지고 인생을 직시하고 인생의 피와 살을 직시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창작의 뿌리는 사랑이기 때문에 문예는 문제를 회피하고 아름다운 것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열렬히 주장하듯, 옳지 않은 것도 열렬히 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생의 모든 사랑스러운 것과 증오스러운 것을 열렬히 포옹하기를 권했다. 모든 부조리까지 진지하게 다루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문학과 예술은 사회를 분열 시키지만 사회는 그래야만 발전한다”며 “청년들은 대담하게 말하고 용감하게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작가들의 역할을 “모든 이해관계를 밀어내고 자신의 참된 말을 발표해야 하며 그래참다운 말을 하고 참다운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참소리가 있어야 중국인들을, 세계인들을 감동 시킬 수 있고, 참소리가 있어야만 세계인들과 함께 세계에서 살 수 있다”고 한 그의 말은 지금 우리들에게도 역시 진리가 된다.
그는 청년들의 목표가 “첫째는 생존해야 하고, 둘째는 입고 먹어야 하며, 셋째는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인들의 목표도, 스스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참소리’를 써서 모든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면서 사회 전체를 조금씩이라도 발전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한국 작가들에게는 이러한 천직 의식이 많이 해이해지지 않았나 염려해 본다. 같은 개화기의 격동을 겪을 때 중국에 루쉰이 있었던 것과 달리 우리에게는 그 시대의 모든 문제를 직시하고 방향을 제시한 그만한 대작가가 없었다는 것은 못내 섭섭한 일이다.
한국 사회와 해외 동포들의 모든 문제까지도 주시하고 비판해 줄만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학의 가벼운 감각적 위로가 아니고, 우리의 삶을 변화 시켜줄 만한 각성을 주는 힘찬 의식과 그것을 직선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새로운 문체이기 때문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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