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뛰어든 일반 바이어들 대부분 낭패
차압 주택 널렸다고 돈 번다는 생각은 금물
추가 하락, 수리비, 타이틀 등 곳곳에 복병
좋은 기회도 대부분 전문투자자에 넘어가
주위에 널려 있는 차압 주택. 연체에 빠진 집을 매입해서 경기가 살아난 뒤 되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싸게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차압주택 투자로 큰돈을 버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금이 두둑하고 강심장을 가진 차압 주택 전문가가 아닌 일반 바이어들이 차압 주택을 매입해서 큰 이익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주의를 당부했다.
모기지 은행 협회가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79년 이래 차압 주택은 기록적으로 늘어났지만 차압주택은 몇 개주에 집중돼 있으며 미국 전체 모기지의 2% 아래다. 차압 주택이 많기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압 매물이 꼭 널렸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차압 주택이라고 해서 전부 바겐 가격은 아니다.
얼핏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것 처럼 보이지만 차압주택 투자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경매 열기에 휩싸여 입찰가를 너무 높게 적어내는 바이어들이 흔하고, 낙찰돼 매입하고 보니 전기 배선이며 화장실, 캐비넷 등이 엉망인 상태라 배보다 배꼽이 큰 수리비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 등기(title)가 깨끗하게 돼 있지 않거나 집을 담보한 부채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현 차압 경매 시장에는 위험이 많다. 차압 매물을 싸게 사서 약간 손 본 다음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로 그런 욕심 때문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자산관리회사인 내셔널 노우트 오브 유타 대표인 웨인 파머는 전한다.
차압 주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차압 매물이 증가했다고 해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헐값에 나온 매물이 존재하고, 서툰 바이어라도 싸게 사서 고쳐서 몇 년 살다가 팔아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차압 주택으로 돈 벌기란 아주 까다롭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요즘은 상당수 지역에서 주택 시장이 아직 바닥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태여서 차압 매물을 거래하여 돈을 벌기란 어렵다.
뉴욕 브루클린의 부동산 에이전트이자 투자자인 조셉 타마로는 “전에는 뭘 잘 몰라도 시장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대로 안전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여전히 하락하는 지역에서 차압 주택을 샀다간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떨어지는 칼날을 쥐는 격이다. 아주 조심해야한다”고 말한다.
메릴랜드 베테스다의 부동산 에이전트 브래드 로잔스키도 동감이라며 “내 고객중에도 차압 주택으로 돈 벌려고 하다가 몇만 달러 손해 본 고객이 많다”고 전한다.
차압 주택에 투자하는 이들은 주로 부동산이나 주택 건축 관련 배경을 갖고 있지만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드에 거주하는 영양보조제 세일즈맨인 타드 벨라는 한참 붐을 이룬 차압 주택 투자 세미나에 참가한 뒤 투자한 케이스.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낡은 차압 주택 두 채를 매입했는데 일 년이 넘도록 아직도 팔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시가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2만달러에 매입했는데 낡은 지붕을 고체하고 부엌을 손보는데 2만5,000달러를 더 들였다. 현재 있는 그대로 4만달러 아니면 그 아래로라도 건축업자들이 가져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입질도 없다. 또 하나는 6만달러를 주고 산 것인데 5,000달러로 화장을 시키면 9만 달러는 받고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 집 역시 아직 팔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는 것만 정신이 팔려 집 고르는 데만 신경을 썼지 빠져나오는 전략이 없었다. 당초 기대보다 오래 걸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이익을 볼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페이먼트 부담에 몰린 그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죄면서 재융자가 어려워지자 주택 차압은 봇물을 이뤘다. 올해 융자기관들은 이미 35만5,624채를 차압했다. 채무불이행 통고나 차압 경매 통고를 포함한 차압전 접수(preforeclosure filing)는 올해 첫 8개월동안 73만 건으로 일년 전에 비해 두배나 늘어났다.
차압은 몇 개주에 집중돼 일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텍사스, 뉴저지가 바로 그런 주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기 전에 200만에서 400만채가 차압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2분기 중 전국의 4,430만채 주택 모기지중 1.4%에 해당하는 62만개의 모기지가 차압 단계에 들어갔는데 이중 일부가 진짜 차압에 떨어진다. 차압단계에 들어간 주택은 지난 2002년 1.51%가 가장 높았는데 지금은 이보다는 낮은 편이며 주택 소유자가 역대 가장 많다는 점도 감안돼야 할 것이다.
차압주택 투자 방식이나 접근법은 투자자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은행이나 차압주택에 밝은 변호사로부터 팁을 얻는 투자자들도 있고, 렌더들은 리스팅 에이전트나 회사에 매각을 의뢰하고 이렇게 해서도 처리를 못하면 전문 바이어들에게 넘긴다. 일반 바이어들에게 기회가 넘어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플로리다의 투자자이자 모기지 은행가인 레인 휴크는 이 분야의 큰 손. 그는 30채에서 100채를 한꺼번에 매입하는데 많게는 50%까지 할인 받는다. 이를 다시 도매상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시장가 아래로 할인해 넘긴다. 싸게 넘기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투자자다.
부동산 에이전트나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를 뒤져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속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멀티플 리스팅에 오를 정도면 최소한 10여명의 잠재 바이어는 거친 뒤라 아주 좋은 거래는 거의 없다. 로컬 법원에 접수되는 렌더의 디폴트 통고를 모니터해서 홈 오너와 직접 접촉해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또한 힘든 일이다. 수백통 전화를 해서 겨우 접촉한다 해도 사기를 의심해 성사되기가 어렵다.
신문 광고나 온라인 리스트를 구매해서 투자하는 노련한 바이어들도 있다. 일반 경매보다 은행 경매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은행의 경매는 가격이 카운티 경매가 보다 높을 수 있지만 경매 전에 주택 검사를 할 수 있고 타이틀도 깨끗하고 현금을 당장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초보자들은 워싱턴 D.C. 부동산 개발업자 제시 케이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차압 주택 투자로 3만달러, 5만달러를 쉽게 벌 수 있다면 누구나 할 것이다. 차압 주택 투자를 투기적 전매로 접근하면 낭패를 당할 위험이 크다. 일반 바이어라면 그냥 마음에 드는 좋은 주택을 골라서 요구가보다 10% 깎아서 사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