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 생활

2007-09-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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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는 새 학기가 시작한지 한달 이상이 넘었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9월 셋째 주에 학기가 시작되었다. 얼마 전 TV 아침 쇼에서 여성 진행자가 휴가를 내서 자녀를 대학에 데려다주었는데 차에서 내려 “바이” 인사를 하고 짐을 들고 걸어가면서 한번은 뒤돌아보리라고 기대했지만 그냥 가버리더라고 얘기를 하는데 서운함이 역력했다.
미국에서 대학 진학은 특히 신입생인 경우 자녀와 부모들이 동시에 겪어야 하는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거리적 별거의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는 무척 다른 문화이다. 아직 어린 18세, 19세 자녀들이 성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성인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부모의 보호, 관심, 간섭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유를 누리게 되는 과도시기이다.
한인 부모님들도 이미 대강 알고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술, 마약, 섹스’로 악명 높은 환경이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만 한 성실한 학생들이라도 부모와 집을 떠나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술, 마약, 섹스’에 관해서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고, 또한 개인에 따라 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유, 외로움, 주위의 유혹 등등에 따라 본인이 원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술도 실컷 마실 수 있고 마약과 섹스도 누구의 간섭도 안 받고 온갖 모험을 할 수 있는 게 미국의 대학생활이다.
물론 각 대학마다 술과 마약에 대한 학교 규칙이 있고 각 기숙사에도 규율들이 따로 있고 캘리포니아의 경우 법으로 21세 이상만 음주가 허락되며 또한 나이에 상관없이 마약 사용은 불법이지만 미국 대학 특유의 문화에선 본인이 원하면 음성적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기회와 유혹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아직 어린 학생들도 술을 마시건 마약 경험을 하건누구와 섹스를 하건 본인 자신의 결정이고 본인이 그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이 결코 부모를 대신해 자녀들을 맡아서 키우는 데가 아닌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미국 대학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사례를 들자면 대학생들이 분별없이 술을 많이 마셔서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까지 가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하고 실제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여학생의 경우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이를 낳고 쓰레기통에 아이를 유기하여 유아 살상죄로 형사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남학생들은 여자 친구와 데이트 하면서 혹은 술에 취한 여학생과 섹스를 했을 때 여성이 원하지 않았던 섹스를 강요당했다고 고소하여 성폭행으로 형사처분 받기도 한다. 순식간에 귀중한 자녀들의 일생을 망칠 수 있는 사건들로 실제 일어났던 사례들이다. 또한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은 자녀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전 세계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대학생활에서 시작하는 자기관리, 시간관리, 파티 유혹관리, 남녀관계 관리 그리고 도덕과 윤리에 대한 개인적인 가치관 확립은 자녀 스스로가 정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데 아직 어린 나이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부모와 자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꾸준히 자녀와의 대화를 유지하며 학교 공부, 친구관계, 그 외의 소식들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자녀들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 부모들께 상의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을 위한 참고 책자에 따르면 일요일 오전 11시쯤 전화했는데 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을 때는 부모들이 자녀와 음주에 대한 심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자녀들이 마약을 자주 하는 것을 눈치 챘을 때와 자녀들에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날 때 부모들이 직접 다루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대학생활 중엔 젊은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도 무척 많다.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클럽활동, 자원봉사, 인턴십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여 수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인 10~15시간 정도 일할 기회도 제공한다.
특히 학교 각 부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함으로써 직장 경험을 쌓고 여러 가지 사무도 배우고 용돈까지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자녀들이 바쁘게 생활하고 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할수록 부정적인 유혹에 대한 예방책이 된다고 본다.

케이 송 /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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