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바버라 모건을 알게 된 것은 1985년부터이다. 당시 아이다호주 시골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가 NASA가 기획한 ‘우주 교사 프로그램(Teacher in Space Program)’에 따라 후보로 선발된 것이 보도됐다. NASA의 이런 기획은 어린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모건은 이에 응모했으나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86년 선발된 크리스타 매컬리프는 챌린저호에 탔다가 발사 직후 폭발해서 희생되었다. 89년 또다시 이 프로그램을 재개한 NASA는 2003년 컬럼비아호가 지구에 귀환하던 중 폭발한 후 우주 교사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과거 두 번의 기회를 놓치고 동료 교사들의 참변을 목격한 후에도 모건의 집념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녀는 이미 55세가 되었고 학교를 은퇴한 상태였지만 세 번째로 도전하여 21년만에 드디어 엔데버호에 탑승하게 되었다.
필자도 21년만에 옛 친구 그녀를 다시 만났다. 전직 교사 모건의 강한 집념의 원천은 무엇인가. 왜 그녀는 이토록 오랜 기간 한 가지 염원을 가지고 있었나. 그녀는 우주 원격 과학수업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과 미래를 향한 비전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즉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녀의 줄기찬 소원은 성사되었다. 그녀가 재직했던 학교에서 가까운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디스커버리 센터에 모인 학생들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진행된 생방송 과학 수업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이 수업은 그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 교사의 다년간의 꿈은 학생들의 다양한 꿈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모나 교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나. 삶을 위한 지식·기능·지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보태서 꼭 심어주고 싶은 것은 미래를 향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삶을 지탱하는 굵은 기둥이다. 꿈이 있으면 가는 방향이 정해진다. 꿈이 있으면 하루하루를 쌓아올리는 즐거움이 있다.
꿈은 장기적인 목표이다. 사람의 일생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지만 분명 단거리 경주는 아니다. 이 동안 길이 헷갈리기도 하고 가끔은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갈팡질팡할 때도 있다.
그러나 꿈이 있다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꿈은 긴 호흡이다. 산소를 들이마시고 신진 대사로 생긴 탄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속도나 분량에 변화가 있더라도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호흡이다. 기분에 따라 좌석을 바꾸거나 창문을 여닫기도 하고 어느 때는 기차에서 내려 풀밭을 밟더라도 궤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기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준다는 것은 우선 부모나 교사가 꿈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교사 모건이 꿈을 가졌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꿈을 심을 수 있다. 우주 과학수업을 받은 어느 학생이 우주에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볼 수 있느냐고 질문하였다. 이 학생은 장래 그 방면의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에게 꿈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꿈이 아닌가.
바로 이 점이 어른들의 몫이다. 현황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꿈을 가지게 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다양하다. 크고 작은 사업이나 행사도 바람직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하여 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무엇이 있으면 더 좋을까.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등등 정답을 주려고 애쓰지 말고 자주 질문을 던져 어린이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답을 받아내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훈련에서 그들은 일생의 꿈을 키울 줄 안다.
허병렬 / 교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