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알이 영글어가는 ‘와이너리의 꿈’

2007-08-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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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버나디노 ‘밸리 뷰 랜치’ 정운백씨

화학 엔지니어였던 정운백씨(58). 그는 어린 시절부터 흙을 좋아했다. 그래서 땅을 개간해 그곳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어 수확하는 평범한 농부의 삶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다. 2년전 아이들도 어느덧 제몫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샌버나디노 카운티 웨스트 카혼밸리 지역 20여 에이커의 농장 ‘밸리 뷰 랜치’를 매입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곳에는 전 주인이 심어놓은 포도나무들이 수백그루나 있었다. 포도주용 품종들이었다.

“기후 안맞는다” 편견 깨고
7종류 포도 재배 도전
동호회 지원·자문 얻으려
포도 무료 제공 제의도


그는 요즘 와인용 포도재배에 심취해 있다. 아니 한번 질좋은 포도를 만들어 보려고 도전장을 던졌다는 것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사실 와인 전문가가 절대 아니다. 단지 애호가일 뿐이다. 그렇다고 귀하거나, 값비싼 와인만을 골라 마시지도 않는다. 주변에서 쉽게, 그리고 싸게 구입한 와인 한 잔에 해지는 노을을 안주삼아 하루를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해 한다. 오죽했으면 얼마전 딸이 아빠 생일이라고 정성껏 준비한 50달러대 와인 선물을 다시 가서 바꿔오라고 시켰을까.
현재 그의 농장에는 약 2에이커가 조금 넘는 땅에 샤도네와 머스캇, 콩코드 등 7개 품종, 300주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올해도 어느새 탐스러운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정씨는 포도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봄철 연두색 새싹이 상큼함을 선사하더니 어느새 여름이면 탱글탱글한 포도알들이 영글어, 가을이면 자신들만의 색으로 갈아입는 모습에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포도나무에 쏟아야 하는 정성이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들의 사계를 바라볼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포도재배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농장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양질의 수준급 포도가 재배될 수 없다는 주변의 주장을 뒤집어 보기 위함이다. 사실 유명 와이너리의 경우 바다 또는 강가와 인접해 적당한 기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이곳은 사막과 가까워 환경자체가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씨는 수없이 테메큘라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보고, 각종 와인 세미나에도 참석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그는 시험을 통해 두가지 종류의 포도나무들을 모두 없앴다. 그리고 현재 7종의 포도나무들을 시험중이다. 만약 그중에서 어느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품종이 나온다면 포도재배지역을 최소 7에이커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와인 동호인들의 지원과 자문도 받을 예정이다. 그래서 현재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포도들을 동호인들에게 무상으로 원하는 만큼 나눠줄 계획도 세웠다. 아마추어들이 만든 와인의 맛을 통해 적당한 품종을 고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수확이 가능한 포도만도 수톤 분량인 만큼 원하는 만큼 나눠줄 예정이다.
정씨는 “포도주용 포도재배는 엄격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땀을 흘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는 길: 210번 이스트 또는 91번 북쪽방향으로 올라가다 15번을 만나 북쪽으로 가다보면 138번을 만난다. 138번 서쪽방향으로 들어서 자동차로 약 5분정도 가면 정씨의 농장을 만난다. (310)218-7545.

<글·사진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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