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판 황우석 사건을 아시나요?

2007-07-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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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알레그라 굿맨의 ‘직감’

알레그라 굿맨(1967~ ). 지난해 출판된 그의 세 번째 소설 ‘직감’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작가는 최근 미국 문단에 떠오르는 젊은 소설가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도 선정된 ‘직감’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매서추세츠 캠브리지시에 있는 필팟 암연구소에는 국내외에서 선출된 일급 두뇌들이 모여서 암세포 억제 바이러스를 연구하느라고 밤을 낮 삼아 연구에 매달려 있다. 연구원 중 한 명인 클리프는 유방암 세포를 억제하는 R-7이라는 바이러스의 효과를 증명하려고 3년 가까이 연구에 몰두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연구소장으로부터 R-7연구를 포기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성과 없는 연구에 더 이상 연구소의 예산을 소비할 수 없다는 소장의 단호한 결정이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클리프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건강한 쥐에게 암세포를 주사해서 인공적으로 키운 암세포 덩어리가 어느 날 눈에 보이게 작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실험대상 쥐의 60%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현상이었다.
실적 부족으로 국립건강연구소(NIH)로부터 지원금이 끊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던 연구소 측에서는 갑자기 생긴 굿 뉴스에 모두들 흥분해서 야단이 났다.
몇 명 유능한 연구원들에게 각자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클리프의 연구를 보강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연구소 측에서는 미디어에 발표하는 시점과 학술지에 논문제출 시기를 정하느라고 회의를 거듭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로빈이라는 여자 연구원이 클리프의 실험을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도무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무엇인가 클리프가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확신하게 된 로빈은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상사에게 보고를 하게 되고, ‘네이처’지에 실렸던 논문의 진위가 문제화되면서 필팟 연구소는 정부의 조사를 받게 되는 큰 시련을 맞게 되었다.
문제가 더 어렵게 된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리프와 로빈은 보이-걸프렌드 사이였다는 것이다.
영락없이 로빈의 행동은 연하의 보이프렌드로부터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심과 경쟁자로서의 질투심에서 나온 보복행위로 비쳐지면서, 로빈은 내부 고발자라는 불명예스 러운 타이틀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결국 클리프의 ‘기적’은 데이터 조작에서 나온 허위 결과라고 판명되었고, 로빈은 다른 연구소로 떠나고…….
소설 속의 인물들이 모두들 박사이거나 하버드, MIT의 교수들이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약간 동떨어진 세계의 얘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이다.
그러나 저자 자신이 하버드 대학 출신이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부모가 모두 대학 교수이고, 여동생이 암전문의이고, 남편은 MIT 대학 교수라는 저자의 배경을 알고 보면, 저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세계 를 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밤을 낮 삼아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일급 두뇌들의 열정과, 좌절, 기쁨, 경쟁을 생생히 그렸다는 점에서, 나는 앞으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의 학문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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