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게 맞는 와인 어떻게 찾나

2007-05-16 (수)
크게 작게
마신 후 느낌을 꼭 기록하라

향·당도·태닌·질감·첫인상·목넘김·여운 등
자신만의 점수 매겨두면 와인 고를 때 큰 도움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마시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물론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이라면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을 금방 구별해 내겠지만 와인 초보자들에게는 좋고 그름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이 맛있다며 고득점을 주는 와인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결코 좋은 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로버트 파커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다. 파커의 평론에 따라 해당 와인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음을 말할 것도 없다. 그의 명성이 하도 높아 요즘은 전세계 와인 제조업자들이 그의 눈치를 보며 그가 원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레드와인을 보는 그의 시각은 색이 짙어야 한다. 그래서 와인 제조업자들이 와인 색깔을 짙게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색이 짙지 않으면 우선 점수를 깎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럽 특히 프랑스 와인업계 장인들의 불평이 심하다. 프랑스 와인은 미국산보다 색이 연한 것이 많다. 프랑스 와인의 독창성이 날아가고 획일화 현상이 도래한다는 것이 그들의 불평이다.
이처럼 와인의 맛 평가는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맛을 보고 아무렇게나 떠들 수는 없다. 맛을 평가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셔보고 그 맛을 주변사람들에게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표현하라
반복되지만 와인을 마신 후 꼭 그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달고 쓰고 떫고 향기롭고 하는 식의 단순 표현만이 아니다.
싱그럽고 아름다움이 풀풀 풍겨나는 ‘춘향이’ 같다든지, 아니면 떫은 맛이 강하고 고집스러운데다가 제멋대로 백성을 괴롭히는 ‘변사또’ 같다는 등등 상상력과 어휘력을 몽땅 동원해 표현하는 것이다.
와인 뒤쪽 레이블을 읽어보면 그 와인의 맛을 적어 놓은 문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문구에 적힌 맛을 느껴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 조차도 빙긋이 웃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맛은 주관적이다. 뉴욕 타임스에 와인 칼럼리스트 활동했던 프랭크 프라이얼은 “다른 사람들의 테이스팅 노트를 읽다보면 북경의 버스 스케줄을 들여보는 것 같다”고 기사를 쓴 적도 있다.
□와인의 느낌
와인은 오감을 총 동원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음료다.
▲향기(aromatic) - 코로 느끼는 느낌이다. 냄새를 맡는 것도 있지만 입속에서 넣고 코로 숨을 내쉬어 그 맛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골격(structure) - 와인의 골격은 알코올(alcohol), 당도(Sweetness), 산(acid), 타닌(tannin)이 결정한다. 건물의 벽돌, 시멘트와 같은 이치다. 와인을 입에 넣고 느끼는 기본 느낌이다.
▲질감(texture) - 접촉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와인이 입과 접촉할 때 느끼는 기분이다. 산도가 높고 알코올 농도가 낮은 화이트 와인은 얇거나 날카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반면 높은 알코올 농도의 저 타닌 레드와인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와인 맛보기
와인을 우선 후각으로 냄새 맡는다. 그리고는 입속에 넣고 그 분위기를 느낀 다음 목으로 넘겨 최종 뒷 맛을 다시는 방법으로 맛을 본다. 다음 세가지 방법으로 구분해 보자.
▲첫 인상 - 달다 드리아하다, 질감이 풍부하다 엷다, 과일의 풍미를 준다 등등의 느낌을 받는다. 과일의 풍미는 와인을 목으로 넘긴 다음에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전개 - 입안의 중간과 뒤쪽의 느낌으로 와인의 맛을 구분할 수 있다. 입안 중간에서 산도와 타닌(레드와인)의 강도를 느낄 수 있다. 와인이 혀의 뒤쪽으로 밀려들어가면서 타닌의 양과 성질, 그리고 뜨끈하게 느껴지는 알코올의 강도를 느낄수 있다.
▲피니시 - 와인은 입안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꿀꺽 삼킨후 목 넘김과 입안에 남은 여운을 찾는 것이다. 입안의 여운과 풍미가 오래가면 좋은 와인이다. 하지만 쓴맛만 강하게 난다면 좋은 와인이라고 볼수 없다.
□기록하기
와인을 마신 후 꼭 그 느낌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인다. 그래야 차후 와인을 구입할 때 기억을 더듬지 않고 맛이 있고 없고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와인의 기록은 짧고 간단하게 하는 것이 좋다. 풍부하다, 부드럽다, 과일 맛이 난다 혹은 타닌이 많다, 신맛이 강하다, 단단하다 등등 간단할수록 좋다.
□점수주기
100점 만점으로 나름대로의 점수를 준다. 95~100은 최고의 와인이고 그저 그런 와인은 75~79점(C 학점 학생을 연상하면 된다)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환산한다. 보통 80~84점은 평균 점수 수준이란 의미로 ‘좋다’(good), 85~89는 ‘아주 좋다’(very good)로 생각하면 된다.


<김정섭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