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을 꿈꾸는 깜찍한 음악 소녀.’
김혜리(17 미국명 그레이스.사진)양을 처음 만났을 때는 공부 잘하고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청소년 중의 한명으로 생각했다. 혜리양의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뉴저지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7년째 바이얼린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저지 올스테이트 고교생 오케스트라에 선발됐다.
각종 피아노와 바이얼린 경연대회에서 우승, 카네기홀에서 연주한 경력도 갖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ASTA Quartet Competition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또 올가을에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조기입학허가를 받아 대학 진학의 꿈에 부풀어있다.이 정도면 음악에만 몰입해있는 한 청소년의 모습이 쉽게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첫 인상은 대화를 나누면서 곧 깨어졌다.
한국방송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를 좋아하고, 미국의 영화배우 중에서 아담 샌들러와 코미디언 윌 퍼럴의 영화를 즐겨 본다. 한 살도 채 안돼 미국에 왔지만 한국 음식 중 떡볶이와 냉면을 좋아한다.좋아하는 이상형도 ‘재미있고(funny), 정직하고(honest), 스스로 알아서 하는(self-motivated)’ 스타일이다. 혜리양은 “특별한 개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배우처럼 개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혜리양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하는 스타일이다. 4살 때 시작한 피아노와 8살에 시작한 바이올린도 부모의 강권으로 해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서 해왔다고 한다.뉴저지주 밀번의 밀번고교 12학년인 혜리양은 현재 학교의 배구팀 주장으로 세터를 맡고 있으
며 교내 스패니시 잡지의 편집장을 맡아 활동할 정도로 언어에도 소질이 있다. 한국말도 잘하는 혜리양은 SATII 한국어시험에서 800점 만점에 790점을 받았다고 어머니 박영실 사모가 귀뜸한다. 무엇보다 혜리양의 매력은 이처럼 다재다능함이 따뜻한 성격속에 녹아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인 에리자베스한인교회 김준식 목사와 박영실 사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활달하면서도 남을 생각하는 성품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다. 무슨 일이 생기면 혜리양을 가장 먼저 찾을 정도다.
대학에서 음악과 심리학을 전공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의사 사무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의대쪽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해 진로에 대해 목하 고민 중이다.혜리양은 “처음에는 음악과 심리학을 접목해 음악 치료쪽으로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의대 공부를 하고 싶어져 고민 중”이라며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개그우먼으로 데뷔할까요”라고 깜찍하게 웃었다. 그녀처럼 즐거운 인터뷰이(interviewee)를 만나는 것은 기자에게도 즐거운 경
험이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