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 무리한 수사·기소의 희생양이었다”

2026-02-27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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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기소후 혐의 기각
▶ 한 인 전 NASA 엔지니어

▶ 휴 스턴시·경찰 상대 소송
▶ “여성들이 허위 주장 공모”

성폭행 혐의가 기각되면서 기소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전 연방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인 엔지니어(본보 2025년 2월28일자 보도)가 경찰 등 당국과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던 여성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다시 한 번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이를 상세 보도한 휴스턴 지역 방송 KPRC 2에 따르면 전직 NASA 엔지니어 심모(39)씨가 휴스턴시와 휴스턴경찰국(HPD) 수사관 2명, 그리고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고발했던 여성 4명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소장은 텍사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됐다.

보도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 2024년 2월 여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수사당국은 심씨가 데이팅 앱을 통해 여러 여성과 동시에 연락하면서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처럼 행동한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기소를 담당한 해리스 카운티 검찰은 해외에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심씨는 1년 뒤인 2025년 2월 재판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러나 재판 시작을 불과 이틀 앞두고 갑작스럽게 모든 혐의가 기각됐다. 새로 취임한 숀 티어 해리스 카운티 검사장 체제에서 검찰은 ‘대다수 혐의를 합리적 의심을 넘는 수준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심원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확신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심씨를 대변하는 킴벌리 라우 변호사는 “이 사건은 심각한 사법 정의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심씨는 자신이 ‘적법한 근거 없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여성들의 진술에 모순이나 불일치가 있었음에도 수사관들이 이를 무시했으며, 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디지털 증거를 경찰이 검찰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전자기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삭제되거나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씨는 자신을 고발한 여성 4명을 상대로 ‘악의적 기소(malicious prosecution)’와 ‘민사상 공모(civil conspiracy)’의 책임이 있다고 소장에서 주장하고 있다. 고의로 허위 사실을 꾸며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했다는 것이다.

소장에는 심씨가 여성들과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했음을 보여주는 문자 메시지가 있으며, 이런 메시지가 강압이나 폭행이 아닌 상호 동의에 따른 관계였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또한 소장은 2022년 5월 한 여성이 틱톡에 심씨와 관련된 영상을 게시했고, 이후 다른 여성들이 해당 게시물과 상호작용하면서 단체 채팅방이 형성됐는데, 이 채팅방이 ‘허위 형사 고발을 만들기 위해’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킴벌리 라우 변호사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주장과 증거에 근거한 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송의 상당 부분은 심씨의 전자기기에서 확보된 영상 녹화물과 관련돼 있었다. 심씨는 해당 영상이 여성들과의 관계가 합의에 따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이 자료가 적절히 보관되거나 검찰에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장은 지난 2025년 모든 형사 혐의가 기각됐다고 명시하면서, 이번 기소로 인해 심각한 개인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예 훼손, 정신적 고통, 과거 및 미래 소득 손실, 경력 기회 상실, 변호사 비용 등에 대한 보상적 손해배상과, 일부 사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소장은 심씨가 형사 기소 이후 NASA에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고 결국 사직을 강요당했다며, 형사사건이 그의 경력과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휴스턴 시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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