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천억원대 대출 대가로 판매 통제권 획득”

희토류 샘플 [로이터]
미국이 브라질 희토류 업체에 거액을 대출해주며 희토류 판매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은 중국에 이어 희토류 매장량 2위이며, 이번 조처는 광물 자원 무기화를 앞세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측의 조처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측이 작년 말 브라질 광업 기업 세라 베르데에 5억6천500만달러(약 8천546억원)를 대출하는 대가로 이 회사가 생산하는 희토류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다고 2일 보도했다.
애초 DFC는 세라 베르데에 4억6천500만달러의 대출을 집행키로 했다가 금액을 대폭 높였다. 해당 대출에 희토류 권리 부여의 조건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코너 콜먼 DFC 투자 총괄은 "이번 계약에는 생산된 희토류가 미국 또는 미국의 우방국으로 공급되는 것을 보장하는 '오프테이크'(Offtake·우선인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며 "아는 광물 판매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미정부의 금융 지원과 연계된 것"이라고 FT에 설명했다.
세라 베르데가 보유한 펠라 에마 광산은 중국 바깥에서 중(重)희토류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공급원으로 세계 각국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희토류는 차량과 첨단 무기 등에 쓰이는 영구 자석의 재료로, 현재 중국이 압도적 생산 비중을 갖고 있어 미국 등지에서 대중 의존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세라 베르데는 브라질에서 현재 유일하게 희토류를 생산하는 기업이며 펠라 에마 외에도 최소 6개의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판매 협약을 개정해 주로 중국 측에 배정했던 자사 광물을 세계 각국의 고객에게 팔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보도에 대해 세라 베르데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정부 측은 브라질 희토류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자 브라질 당국에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양국은 이와 관련해 실무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브라질 외교부는 밝혔다.
DFC는 한편 호주 흑연 채굴 업체인 시라 리소시스(이하 시라)에 대해 부채를 지분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계획을 진행키로 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미국 정부는 시라의 지분 약 20%를 보유하게 된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이런 조처는 급변하는 자원 시장 상황과 광물 공급망 확보에 대한 미국 당국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시라 등 서구권 흑연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의 과잉 공급에 따른 흑연 가격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DFC의 콜먼 총괄은 "이런 핵심 자산이 엉뚱한 이들에 손에 떨어지는 위험을 막아야 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회사 경영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FC는 2024년에도 시라에 대해 1억5천만달러(약 2천269억원)의 대출을 합의한 바 있다.
미국 수출입은행도 자국 광물 기업 퍼페투아 리소시스가 추진하는 금 및 안티모니 채굴 프로젝트를 위해 27억달러(약 4조835억원)의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안티모니는 방염제(플라스틱과 고무 등을 불에 잘 안 타게 만드는 재료)와 방위산업 소재로 많이 쓰이는 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