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

2006-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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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 속은 것은 아니나 어느 한 귀퉁이 쪼금은 믿었던 김정일이 핵실험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그가 인간이니까 하고 설마 했지만 김정일은 누구를 믿고 세계를 향해 핵을 쏘아 올렸을까. 세계인이 모두 손사래를 치며 ‘아! 코리아가’ 하고 넌더리를 친다. ‘North’라는 단어가 붙기는 하지만. 핵하고 코리아라는 단어가 계속 붙어 다녀서 차라리 숨어버리고 싶다.
해외에 사는 우리 모두는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는가 속시원한 발언을 해주기를 원하는데 햇볕정책이 실패했는지는 좀 연구해 봐야겠다는 대단히 아리송한 말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기저기 나다니며 “모든 것은 미국 책임이고 미국이 못살게 굴어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살기 위해서 핵 개발했다. 미국이 북미관계를 악화시켜서 핵 개발했다. 악의적으로 북한을 무시하고 경제제재를 계속하면 북한의 도발을 조장할 것이다”며 말하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 후 어느 라디오 좌담에서 노 아무개라는 이가 “우리는 일제 40년간을 압박 당했고 미국에 60년간이나 압박을 받아왔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일본의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압박을 받았다는 말은 거부한다. 일본은 우리의 살아가는 기본 권한과 우리의 놋그릇과 쇠붙이와 노동력과 이름과 언어까지 모두 빼앗았지만 미국은 가져다 먹이면서 동맹관계를 맺어왔다.
해방 후 몇 십만이 생명을 걸고 3.8선을 넘어온 월남가족을 위해 개성여고 뜰에 몇백 개의 천막을 쳐놓고 하루 세 때 밥지어 먹이고 수용소에서 나올 때 쌀 배급표를 주어 맨손의 월남 가족이 정착하도록 도와주었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몇 식구라고 쓴 종이에 생전 처음 하는 꼬부랑 사인을 전적으로 믿고 배급표를 주었었다.
그뿐인가 한국동란 때 우리는 석달 동안 쫄쫄이 굶었다. 전쟁 원흉인 김일성에게 감사한 것은 그가 여름에 전쟁을 일으킨 일이다. 여름이니까 풀죽이라도 먹고 연명했으니. 그래서 6.25를 겪은 우리는 김일성을 죽 장군이라고 불렀다. 9.28수복 때 미군은 식량을 지고 오지 않았는가. 그뿐인가.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 부두에서 실어야 할 군수물자를 제쳐놓고 피난민 10만을 거제도에 피난시켜주었다. 5만명의 미군을 희생시키며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는가. 말은 바른 대로 할 일이다.
이번 유엔에서 결정한 북한의 제재항목 세 번째-김정일이 노동당 간부들에게 주는 사치품 수출 금지-이 항목은 일제가 주는 배급 쌀 먹고 6.25 때 배곯아본 나는 소름이 끼치도록 분하고 굶어죽은 300만 이북 형제들에게 미안해진다. 자칭 좌파들도 눈여겨볼 일이다. 그래도 김일성은 한국동란에서 200만명을 죽인 자이긴 해도 국민들에게 흰밥에 쇠고기 국 먹여주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 김정일은 배고픈 것을 모르는 자이다. 300만명이나 굶겨 죽이고 핵을 남발하는 자를 도울 수는 없다.
우리의 1.5세 2세들이 미 주류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것이 백년이나 걸렸다. 세계가다 버린 좌파사상 가지고 열심히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폐 끼쳐서는 안 된다. 100년이나 걸려서 키운 인재를 나쁜 인상의 코리안으로 도매금으로 처박게 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정옥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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