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 땅에서 절망하는 전문직 이민자들

2006-10-18 (수)
크게 작게

▶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원인…“앞길이 막막”

▶ 자살·우울증·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 양산

캐나다가 고학력 전문직 이민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가? 현재로서는 ‘아니다’라는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수긍한다.
16일 토론토 스타지에 소개된 중국인 이민자 지앙 구오빙(44)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자신감에 차서 새로운 땅으로 찾아온 이민자가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보여준다.
미국 명문 퍼듀대학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5년 전 캐나다로 온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 취업에 실패한 후 취업을 위해 토론토대에서 다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는 지난 7월21일 이민생활의 좌절과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다리에서 고속도로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다른 나라의 경력과 자격증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폐쇄적인 캐나다 사회의 분위기는 많은 전문직 이민자들을 전공과 상관없는 저임 단순 노동으로 내몰고 있으며 상당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지고 병들어 가는 과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통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이민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구오빙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주류사회와의 괴리감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던 원주민 사회의 절망감이 이민자 사회에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정부의 업무인 정착지원 서비스와 주정부 책임의 의료서비스 단절도 이민자 문제의 일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와 의료인, 민족별 지원단체들은 이민자들이 정착과정에서 겪는 정신건강 문제가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신건강 후원단체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통상적 증상으로 일축하는 경향이 있다. 정착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적절한 조정이 없을 경우 위기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통계국은 이민자의 자살률이 현지인의 절반에 불과하고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도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실제는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전문직협회 관계자는 “새 이민자들은 정착에 실패하면서 전문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자긍심을 급속히 상실한다. 그들은 정신건강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나 준비가 부족할뿐 아니라 정신병 환자로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병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이민자 사회에서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적어도 12명 이상의 이민자가 자살했다고 전했다.
대학보건네트워크의 복합문화 정신건강팀 호세 실베이러 박사는“우리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민자의 70%가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모국에서의 지위를 잃어버리는 것에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뭄바이에서 이민온 헤먼트 팬치포(42)는 “이민자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증, 절망, 무력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 석사로 15년 간의 직장경력을 가진 그는 첫 이민 6개월 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은행 고객서비스 파트에 취업했으나 지난해 해고됐다. 그는 스타지와의 회견에서 “다시 대학 비즈니스 코스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으나 앞길이 막막하다라며 “아직 고국에 남아 있는 아내를 언제 데려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 지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