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태촌씨‘순회간증’무산

2006-10-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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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성“입국불허 인물”강제연행 소동

<토론토지사> 한달 가량에 걸쳐 토론토를 비롯, 해밀턴·런던·몬트리올 등지를 돌며 신앙간증집회를 가질 예정이었던 김태촌씨가 연방이민성의 예기치 않은 개입으로 오는 15일(일) 캐나다를 떠나게 됐다.
지난 12일(목) 본보 도산홀에서 열린 김씨의 첫 강연회는 행사 시작 전 갑자기 들이닥친 이민성 수사관들로 인해 자칫 무산될 뻔한 위기를 맞았다. 이민성 불법체류자 단속반 소속의 수사관 2명이 토론토경찰국 소속 한인경관 케빈 정씨를 통역으로 대동하고 나타나 출입국관리법 위반혐의로 김씨의 연행을 시도한 것.
“한국의 조폭보스가 강연회를 갖는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행사시작 15분 전인 오후 6시15분경 본보에 도착한 이들은 강연회 사실을 확인한 후 김씨와 초청자인 이형관 목사(토론토 성석교회 담임)를 심문한 뒤 강제동행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폭력조직을 지휘하고 총 33년간 수감생활을 한 김씨가 “출입국관리법(371-A·361-B)에 따라 이민장관의 허가 없이는 입국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이민성의 불법이민자구금센터(Immigration Holding Centre)로 연행하려 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본보 행사관계자와 이 목사의 설득에 일단 예정돼 있던 강연을 30분 가량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예정시각보다 30분 가량 지연된 7시경 단상에 선 김씨는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와 파란만장했던 삶을 담담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연행소동과 관련, “타국 땅에서 고생하는 많은 동포 분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입국 당시 공항에서 내 과거에 대해 물었다면 당당하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했을 텐데 이제 와서 잡아가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폐암으로 한쪽 폐를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회 말미에 색소폰 연주까지 선보인 김씨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연주한 후 “수많은 수감생활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내가 오늘 이곳 타국 땅에 와서 이런 어려움을 당하니 너무 억울해 눈물이 흐른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강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2명의 요원이 추가로 도착한 이민성 연행팀은 결국 조 변호사의 설득과 투병중인 김씨가 소지한 진단서 및 다량의 처방약 등을 확인한 후 김씨의 여권만을 압수한 채 돌아갔다.
연행팀의 로렌조 샌소니 수사관은 조 변호사와 본보 기자가 출동경위를 묻자 “익명의 시민이 김씨의 한국일보 인터뷰기사전문을 영문으로 번역, 제보해 입국사실과 집회일정을 파악했다”며 제보이메일의 사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13일 오전 9시 조 변호사·이 목사 등과 불법이민자구금센터에 출두한 김씨는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는 대신, 오는 15일(일) 피어슨공항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한 후 오후 1시30분 도쿄행 에어캐나다 편으로 자진출국하기로 약속했다.
연행팀의 로젠조 수사관이 담당한 이날 인터뷰에서 김씨와 조 변호사는 순수한 신앙집회라는 방문목적과 김씨의 건강상태를 설명하며 선처를 호소, 강제추방을 피할 수 있었다. 로렌조 수사관은 “제보에 따라 사실확인 후 법을 집행한 것 뿐”이라며 인터뷰 뒤 당초 책정했던 보석공탁금 2만5천 달러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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